정인재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조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 후 “증거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병주)는 조 전 사령관에 대해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개입,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및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 여론 조성, 기무사 예산 3000만원 남용 혐의(직권남용·정치관여)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 혐의는 대부분 조 전 사령관의 부하였던 지영관·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이 앞서 기소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혐의들이다. 2016년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당시 조 전 사령관이 청와대 등 윗선의 뜻에 따라 특정 후보에 유리하게 여론을 조성하도록 부하 직원에 지시한 혐의만 조 전 사령관에게 새롭게 적용됐다.
검찰은 핵심 의혹인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을 주도한 혐의(내란예비·음모)는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제외했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한만큼 앞으로 계엄령 검토 문건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며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뉴시스
합수단은 지영관 전 참모장의 경우 사드 배치에 찬성하고 박 전 대통령 지지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예비역을 동원해 집회를 열고 칼럼·광고를 게재하도록 하는 등 정치관여를 저지른 혐의가 있다고 보고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현 공공수사2부)에 이송했다. 지 전 참모장은 같은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지난해 10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가 심리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현재는 보석으로 석방돼 항소심에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소 전 참모장은 계엄령 검토 사실을 은폐하려는 목적으로 위장 태스크포스(TF) 명칭을 사용하고 관련 공문을 기안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작성 등)로 합수단에 기소돼 보통군사법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가,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2부에서 유죄로 뒤짚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상태다. 항소심은 소 전 참모장에 대해 “계엄 관련 문건 작성 업무의 위법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숨기고자 TF가 허위로 업무계획 문건을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국군기무사령관 시절의 조현천 전 사령관.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다가 지난 29일 조 전 사령관이 5년 3개월 만에 자진 귀국해 체포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조 전 사령관 측은 귀국 당일 “귀국은 지난해 가을부터 천천히 준비해 온 것으로, 특별한 외적 계기는 없다”며 “정치권과도 사전에 상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계엄령의 구체적 절차를 검토한 문건에 불과하고, 불법행위를 염두에 둔 실행 계획이 아니다”라며 “수사를 통해 오해가 풀리고 실체관계가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군기무사령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요구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 보고서. 중앙포토
다만 계엄령 문건 관련 수사는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법조인은 “내란음모죄 입증에 자신이 있었다면 이번 구속영장 청구 때 계엄령 문건 혐의도 포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