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도심을 가로지르는 전주천과 삼천 일대 버드나무 260여 그루가 최근 한 달 사이 잘려 나갔다. 사진은 전주천 일대로 벌목 전(왼쪽)과 후 모습.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4/02/96fa503a-2172-4ca4-802e-038edd24165f.jpg)
전북 전주시 도심을 가로지르는 전주천과 삼천 일대 버드나무 260여 그루가 최근 한 달 사이 잘려 나갔다. 사진은 전주천 일대로 벌목 전(왼쪽)과 후 모습.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버드나무 베고 억새밭 갈아엎어
2일 전주시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한 달 사이 전주천과 삼천 주변 11㎞ 구간에 있던 수령 20년 안팎 버드나무 260여 그루를 벴다. 둘레가 대부분 두 팔을 모은 것보다 큰 아름드리 나무로 현재는 밑동만 남았다. 비슷한 시기 억새밭 3800㎡도 갈아엎었다.
전주천은 연간 1000만명이 찾는 한옥마을을 끼고 흐르는 하천이다. 도시화‧산업화 시기엔 국내 여느 도심 하천처럼 오염이 심각했다. 1990년대 말 시민단체가 '자연형 하천 조성 사업'을 제안했고, 전주시가 이를 이행하면서 생태계가 되살아났다. 천변에 뿌리내린 버드나무·억새 군락지가 절경을 이루면서 전주 시민뿐 아니라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가 됐다.
![전주천에서 잘려 나간 버드나무.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4/02/49f249d6-da09-4c19-b53d-31acdf7a87ec.jpg)
전주천에서 잘려 나간 버드나무.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주시 "인명 보호 우선…일부 구간 꽃밭 조성"
이윤승 전주시 하천관리과장은 "거의 20년간 자연 하천을 유지하면서 환경과 이수(물 이용)에 치중했다"며 "하천 통수 단면을 확보해 치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자생하는 수목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통수 단면이란 하천 횡단면으로 물이 흐르는 면적을 말한다. 홍수 때 통수 단면이 클수록 물을 많이 흘려보낼 수 있다. 전주시는 벌목을 마친 천변 일부 구간에는 꽃밭을 만들 계획이다.
![전주 한옥마을 인근 남천교 아래 전주천 주변 버드나무들이 잘린 채 밑동만 남아 있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4/02/36a46ace-f8ac-4c3c-a3bc-61c79d998907.jpg)
전주 한옥마을 인근 남천교 아래 전주천 주변 버드나무들이 잘린 채 밑동만 남아 있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환경단체 "수달·쉬리 서식처…벌목 중단"
환경단체는 "전주시가 집중 호우 때 버드나무 군락지가 전주천·삼천 범람 위험을 키운다는 객관적 자료도 내놓지 못한 채 사업을 밀어붙였다"며 "홍수를 예방하겠다고 하지만 2020년 폭우로 쓸려나간 서신보 쪽 호안(제방 보호 시설)은 무너진 채 방치돼 있고, 하류 구간은 쓰레기 천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 환경 보전 관련 조례에서 규정한 전주생태하천협의회 자문도 거치지 않은 데다 보금자리를 잃게 된 야생 동물 보호 대책도 전무하다"고 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와 전주시의원 8명이 지난달 29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천·삼천 경관과 생태계를 훼손하는 무차별 벌목을 중단해야 한다"며 우범기 전주시장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4/02/9581926d-f48c-4c8e-9feb-dd1b7f6fe4b2.jpg)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와 전주시의원 8명이 지난달 29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천·삼천 경관과 생태계를 훼손하는 무차별 벌목을 중단해야 한다"며 우범기 전주시장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주시 "잠정 중단…환경단체와 협의"
시민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최모(46·전주시 중화산동)씨는 "전주천은 초등학생 아들이 어릴 때부터 함께 찾아 추억이 깃든 곳인데 하루아침에 버드나무 숲이 사라져 아들이 슬퍼한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전주시는 "벌목 작업을 잠정 중단하고 사업 계획을 보완하겠다"고 한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