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중국 축구의 비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축구국가대표 감독부터 중국축구협회장, 기업, 정부 고위 간부까지 줄줄이 체포됐다. 승부조작과 뇌물, 돈벌이로 연결된 중국 축구계의 ‘검은 사슬’은 전대미문의 ‘축구 게이트’로 부상했다. 중국인들은 “썩은 배추보다 못하다”며 비난을 쏟아냈고 14억 중국 축구의 수준에 한탄했다.

중국 프로축구 리그인 슈퍼리그 지난해 개막식. 2022년 6월 3일 18개팀이 참가해 중국 하이난섬 하이커우시에서 열렸다. 사진 중국프로축구협회 홈페이지 캡처
![중국 축구 팬들이 지난달 26일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열렸던 중국과 뉴질랜드의 친선 축구 경기를 앞두고 중국 깃발로 자국팀을 응원하고 있다.[AFP=연합]](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4/10/7982f51c-cc0a-4ad8-a499-4c13f240a064.jpg)
중국 축구 팬들이 지난달 26일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열렸던 중국과 뉴질랜드의 친선 축구 경기를 앞두고 중국 깃발로 자국팀을 응원하고 있다.[AFP=연합]
멀뚱멀뚱 수비수에 의혹 폭발
공정했다면 별다른 관심을 끌지 않았을 청소년 축구 경기였다. 그러나 경기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승부조작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장면에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했다. 비난 여론이 폭발하자 중국축구협회가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석 달 뒤, 축구협회는 승부조작 사실을 확인했다며 광저우 축구협회의 회원 자격을 2년간 박탈했다. 광저우 축구협회장, 헝다(恆大) 축구학교장과 부교장, 감독과 수석코치 등 10여 명이 문책받았다.
이 사건이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경기에서 승리했던 광저우 팀이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인 헝다가 키우는 유소년 축구팀이었기 때문이다. 광저우헝다는 중국 프로 축구 최상위권 팀이기도 했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 유소년 팀이 실력이 아닌 돈으로 상대 팀과 심판을 매수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었다. 중국 축구의 꿈나무들이 어린 나이부터 돈에 매수되는 경기를 보고 성장한다며 과연 제대로 된 선수가 될 수 있을까.
국가대표 감독도 승부조작 혐의

중국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 리톄가 승부조작 혐의로 중국 기율위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 북경청년보 캡처
그의 혐의에 대해 중국 매체들의 보도가 쏟아진 가운데 북경청년보는 프로 축구 승부 조작 사건과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2019년 당시 중국 프로축구 1부 리그 우한팀 감독이었던 리톄가 2부 리그 강등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에서 상대팀 골키퍼에게 뇌물을 주고 승부조작을 사주했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다수의 의심쩍은 경기로 우한 팀의 성적을 끌어올렸던 리 감독은 5년간 1억8000만 위안(약 34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2019년 중국 프로축구 우한과 톈하이팀 경기에서 리톄 감독의 지시를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 국가대표 골키퍼 장루(張鷺). 사진 소후닷컴 캡처
“선수 연봉 올려주고 일부 챙겨”
불길은 윗선으로 옮겨붙고 있다. 지난 1월 16일 류이(劉奕) 중국축구협회 사무총장이 해임됐다. 중앙기율위 조사 대상에 포함되면서다. 중국 매체에선 류이가 3개월간 협회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부인이 그의 숨겨진 업체를 운영하다 함께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음날엔 천융량(陳永亮) 축구협회 사무차장도 날아갔다.

천쉬위안 중국축구협회장이 지난 2월 14일 중앙기율위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당국이 발표했다. 사진 바이두
그리고 2월 14일, 리톄 감독 조사가 시작된 지 80일 만에 결국 천쉬위안(陳戌源) 중국축구협회장까지 체포됐다. 중국은 설마 하던 일이 벌어졌다며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취임 당시 “축구는 고귀한 스포츠다. 돈이 더럽히고 왜곡하게 둬서는 안 된다”고 말해 여론이 호응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결국 비리 피라미드의 ‘최상위 포식자’로 지목됐다. 일부 언론에선 그가 연관된 자금 규모가 30억 위안(약 56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中 프로리그는 모두 승부조작”

중국 프로축구 산둥 타이산(泰山) 축구팀 우싱한(吳興涵 ) 선수는 ″중국 수퍼리그는 모두 승부조작″이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사진 바이두
中 축구 최고위직까지 번져

두자오차이(杜兆才) 중국 국가체육총국 부주임. 사진 중국신문망 캡처
두 달 전 천쉬위안 중국축구협회장이 연행됐을 때 두자오차이는 당국의 방침을 존중해야 한다며 무관한 척 했다. 그랬던 그가 이젠 비리 자금의 통로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서 중국 대표팀은 최약체라던 오만에까지 0대2로 패하며 아시아 국가 순위 10위에 그쳤다. 중국 매체에선 “답 없는 중국 축구는 땅 속에 처박힌 썩은 배추만도 못하다”는 중국 국민의 자조적인 반응까지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