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뉴스1
“전기·가스요금 인상 취지와 정면충돌한다”는 지적에 대해 김 의원은 “서민 부담을 덜어주고, 에너지 공기업에 부가세를 환급해 적자 규모를 줄여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장 국민 부담은 줄지 몰라도 정부가 거둬야 할 세금이 줄어드는 만큼 ‘조삼모사(朝三暮四)’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결국 재정으로 공기업을 지원하는 법안이라 재정 건전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에서 ‘감세’를 명분으로 한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법안 발의가 줄을 잇고 있다. 법안 상당수가 만능열쇠처럼 활용한 수단이 ‘조특법’이다. 거둬야 할 세금을 걷지 않는 ‘조세지출’ 방식의 개정 법안이 대부분인데, 사실상 돈을 뿌리는 내용이다. 가뜩이나 세수(국세 수입)가 부족해 재정 부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서다.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21대 국회에서 의원이 발의한 조특법안이 695건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규모다. 조특법은 16대 국회(2000~2004년)에서 61건을 발의한 뒤 17대(2004~2008년) 152건→18대(2008~2012년) 344건→19대(2012~2016년) 354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그러다 지난 20대 국회(2016~2020년)에서 606건으로 급증했다. 21대 국회는 아직 회기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지난 국회에서 발의한 조특법 건수를 훌쩍 넘어섰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난 3월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말까지인 농어업용 석유류 부가세·개소세 면제 기간을 2026년 말까지 3년 연장하는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면세유 제도는 1998년 일몰 기한제를 도입한 이후 2∼3년 주기로 수차례 연장됐다. 일몰을 5년 연장할 경우 세수가 6조8854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과도한 세 부담을 덜어 경제주체의 활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만든 법안이지만 조세 감면 효과가 불분명한데도 계속 연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문제는 올해 대규모 ‘세수 펑크’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올해 1~3월 국세 수입은 1년 전보다 24조원 감소했다. 연간 세수가 20조원 이상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이후 세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무더기 조특법 개정을 통한 감세는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건전 재정’ 기조를 달성하려면 불요불급한 지출부터 줄여야 한다. 더불어 누더기 세금 감면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종료할 예정인 비과세·감면 제도 74개 중 64개(86.5%)를 올해도 연장했다.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3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세감면액 전망치는 69조3000억원이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국세감면액(63조5000억원)보다 5조8000억원 늘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감면 실적이 없거나 감세 효과를 증명하지 못하는 법안부터 없애야 한다”며 “특히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거나, 일몰을 정해놓은 법안마다 딱지를 붙여 매년 감면 연장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