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구룡문화지구 해안 산책로에서 빅토리아 하버 너머의 센트럴 도심 풍경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담는 젊은 여행자의 모습.
올해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방침을 거두고 국경을 열면서, 홍콩 역시 예전의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지난달 홍콩에 다녀왔다. 다시 열린 홍콩은 그사이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추억의 관광지, 새로 뜨는 핫플레이스를 두루 돌아봤다.
무료 항공권까지 풀었다

침사추이의 명물 시계탑에서 단체 여행객이 기념사진을 담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편 지난 3년 간은 보기 힘들었던 광경이다.
홍콩 정부는 2월부터 도시 전역에서 ‘헬로 홍콩’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연말까지 300개 이상의 축제‧이벤트와 MICE 행사를 벌여 홍콩 관광을 집중적으로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매년 1조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던 ‘아트바젤 홍콩’도 지난 3월 4년 만에 부활했다.
지난달 8일 홍콩공항에서 가장 먼저 목격한 것도 100홍콩달러(약 1만6000원)짜리 소비 바우처를 외국인 여행자에게 무료 배포하는 풍경이었다. 3500억원 규모의 홍콩 왕복 항공권 50만 장을 전 세계에 배포하는 무료 이벤트는 전 세계에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지난달 한국에도 항공권 약 2만4000장을 뿌렸는데, 이벤트 홈페이지에 12만 명이 동시에 몰리면서 접속이 지연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대대적인 물량 공세가 통했는지, 3월부터 매달 200만 명이 넘는 여행자가 홍콩을 방문하고 있다. 개관 100년을 앞둔 페닌슐라 홍콩 호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절반가량 객실이 찬다. 객실 가동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지난해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다.”
디즈니도 돌아왔다

마블 '어벤저스'의 주역들이 충촐동하는 히어로 퍼레이드. 요즘 홍콩 디즈니랜드에서 가장 인기 높은 프로그램이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평일이었는데도 파크 안은 의외로 시끌벅적했다. 디즈니 공주풍 드레스를 입은 어린 꼬마들, 세계 각지에서 온 단체여행객이 파크 곳곳을 활보했다. 그들과 어깨를 부대끼며 ‘어벤저스’ 주역이 총출동하는 히어로 퍼레이드를 구경했다. 디즈니‧픽사 명장면을 3D 멀티미디어 맵핑 쇼로 구현하는 ‘마법의 성 야간 공연’를 비롯해 눈에 돌아갈 만한 신종 콘텐트가 여럿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디즈니랜드 관계자는 “지금은 화‧목요일을 제외한 주 5일 개장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매일 개장하는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3D 멀티미디어 맵핑 기술을 활용한 '마법의 성 야간 공연'도 지난해 새로 시작됐다.

빅토리아 피크 전망대에서 본 홍콩의 야경.
새로운 핫플레이스

홍콩 서구룡 문화지구의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엠플러스 뮤지엄.
현지 관광가이드 미셸 언은 홍콩을 위와 같이 정의했다. 홍콩은 작다(1104㎢, 서울의 1.8배). 해서 바다를 매립해 땅을 넓히고, 그 위에 빌딩과 녹지를 조성하는 식으로 체급의 한계를 극복해왔다. 홍콩국제공항과 디즈니랜드도 그렇게 탄생했다.
코로나 이후 홍콩의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소가 구룡(주롱)반도 서남쪽에 자리한 ‘서구룡 문화지구’다. 40만㎡(약 12만 평) 면적의 해안을 간척해 박물관‧미술관‧공원 등을 조성했는데, 10여 년에 걸쳐 투입한 예산만 216억 홍콩달러(약 3조 6400억원)에 이른다.

앰플러스 뮤지엄 내부는 중앙이 수직으로 뻥 뚫린 구조다. 빛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가 시시각각 달라진다.
미술에 무관심한 여행자에게도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았다. 실내는 중앙을 텅 비워둔 형상인데,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이 시시각각 분위기를 바꿨다. 런던 ‘테이트 모던’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 듀오 헤어초크와 드뫼롱이 건축 디자인을 맡았다는데, 홍콩 앞바다와 센트럴의 마천루를 내다보는 전망도 훌륭했다. 건물을 빠져나오니 잔디밭을 낀 2㎞ 길이의 해안 산책로가 이어졌다.

침사추이이 상징이 된 스타의 거리 이소룡 동상.
여행정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