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근 경찰청장이 2일 오전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를 방문해 경찰 로고가 새겨진 운동복을 입고 현장근무를 앞둔 312기 신임 경찰 교육생들과 달리기고 있다. 사진 경찰청
윤 청장이 평소 입는 근무복 대신 다른 옷을 입고 현장을 방문하는 일이 최근에 또 있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대규모 도심 집회가 열린 지난달 31일 오전, 기동복 차림으로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찾아 직접 경비대책회의를 주재한 것이다. 당시 윤 청장은 “신고된 시간을 초과해 집회를 진행하거나 차로를 점거해 과도한 정체를 야기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으면 해산할 방침”이라며 적극적인 집회 대응을 예고했다. 또한 “캡사이신은 현장 상황에 따라 부득이 필요할 경우 현장 지휘관의 판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며 불법 집회로 판단될 시 캡사이신 분사 장비 사용 등의 강경 대응도 여러 차례 주문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달 31일 경비대책회의 주재를 위해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경찰청장이 일선서를 찾아 집회와 관련한 회의를 주재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뉴스1
실제 경찰 안팎에선 “윤 청장의 행보가 달라졌다. 현장 방문 일정에 훨씬 적극적이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윤 청장은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경찰 책임론이 불거지며 한동안 외부 공개 행사에 잘 나서지 않았다. 출입 기자단과 정기적으로 진행했던 기자간담회에도 불참했다. 그러나 지난 1월 9일, 약 넉 달 만에 정례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했고, 이후 해외 출장이나 대외 일정, 치안 현장 방문 등도 늘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중앙경찰학교 312기 교육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 사진 경찰청
이 같은 윤 청장의 ‘현장 중심 행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선 서에서 경비업무를 하는 한 경찰관은 “집회 해산 명령만 하고 끝날 때까지 서 있는 것보단 지금처럼 필요한 대응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윤 청장이 당당한 태도로, 적극적으로 현장에 나서 주니 확실히 대응 기조가 바뀐 것이 체감된다. 대외 행보로 인해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 기조에 맞는 현장만 적극적으로 방문하는, 정부를 겨냥한 ‘보여주기식 현장 행보’가 많다는 비판적인 평가도 나온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관은 “최고 지휘관이 현장을 많이 가는 것이 나쁜 건 아니지만, 항상 좋은 것도 아니다. 마약이나 건설노조 수사, 집회 대응까지 정부가 특히 강조하는 현안과 관련해 현장 방문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 일선에선 ‘청장이 직접 갔으니 저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 저것만 잘하면 된다’와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실제 한동안 거기에 지나치게 치중하게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