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입덧약’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를 추진 중이다. 임신부 10명 중 7~8명이 겪는다고 알려진 입덧 증상을 완화해주는 약에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4일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등을 살펴 ‘디클렉틴’과 같은 입덧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제약사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계 부처가 함께 논의해 급여화 방안을 합의하고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덧약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약제라 그동안 임신부에게 경제적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디클렉틴은 피리독신(비타민B6)과 독실아민(항히스타민) 성분이 합쳐진 복합제로 입덧 증상을 느끼는 임신부가 가장 많이 처방받는 약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회사가 개발한 이 약은 2016년부터 국내에서 처방되고 있다. 가격이 1알에 1500원~2000원 정도 해 ‘자기 전 2알’이라는 복용법을 따랐을 때 한 달 약 값이 9만~12만원이다.

임산부들 사이에서는 입덧약 급여화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입덧은 ‘전체 임신부 70~85%에서 발생하는 흔한 증상’(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임에도 디클렉틴과 같은 관련 약값이 전부 개인 부담이라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지난 1일 회원 수 320만 명이 넘는 한 맘 카페에는 “입덧약을 처방받았는데 2주 치에 4만4200원이 들었다. 저출산 국가에서 이런 것도 지원 안 해주고 탈모약 급여화를 논의할 게 아니라 이런 중요한 약에 대해선 무슨 조치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취지의 성토성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지부진했던 논의에는 저출산이 국가 위기로 떠오른 가운데 난임·다둥이 임산부의 임신·출산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속도가 붙게 됐다. 지난달 25일 복지부·기획재정부의 ‘다둥이 맘(엄마)과 함께하는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한 다둥이 임신부는 “입덧약만 사는데도 정부가 주는 임신·출산 바우처(지원금)를 다 써 병원에 쓸 돈이 정작 사라지고 없다”라고 말했다. 입덧약을 사느라 진료비 등으로 써야 할 정부 지원금을 쓰지 못하게 된 어려움을 털어놓은 것이다. 이를 들은 전종관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입덧 증상이 있을 때 조기 진통을 막으려고 약을 쓰는데 약이 너무 비싸다. 반드시 보험이 돼야 한다”라며 임신부 의견에 힘을 실었다. 이후 입덧약 건보 적용 검토가 본격화됐다.


다만 제약업계 안팎에서는 급여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약품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은 제약사 신청→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건보공단과 제약사 간 약가 협상→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 절차 등을 거쳐 이뤄진다. 디클렉틴은 첫 관문인 제약사의 자발적인 신청이 없어 급여화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던 사례였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급여화가 결정되면 처방이 많이 이뤄져 소비시장이 넓어지지만, 가격을 국가로부터 통제받게 되는 것”이라며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입 단가가 안 맞거나 일정 수준 수익을 보장받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제약사 신청이 없더라도 필요에 따라 건강보험 급여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이미 등재된 단일제(피리독신·독신아민) 가격을 기준으로 디클렉틴과 같은 복합제 가격을 정해 등재 시킨 다음 수입원가를 고려해 약가 조정 신청을 하고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김동석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명예회장은 “아기 호르몬이 엄마를 자극하는 만큼 다둥이 임신부가 겪는 입덧 증상은 단태아 임신부보다 더 심하다. 입덧도 질병이라 건강보험 급여화는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