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은 자폭한 것” 주장한 음모론자를…
이재명 대표는 5일 오전 9시30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새 혁신기구 위원장으로 이래경(69)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임명했다. 이 대표가 전날 밤 최고위원들에게 직접 추천한 인사다. “혁신위의 명칭, 역할 등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면서 “우리 지도부는 혁신기구가 마련한 혁신안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며 어느 정도 ‘전권’을 부여하겠단 뜻도 밝혔다. 이 이사장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발기인 출신으로, 이후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설립한 ‘한반도재단’ 이사를 맡았다. 수송용 운송장비 도매 기업인 ㈜호이트한국 대표이사를 지낸 뒤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 등 시민운동도 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그를 “성공한 CEO면서 기업가로서 사회적 책임을 놓치지 않고 수십 년간 공동체 활동을 한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채 1시간도 안 돼 이 이사장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에서 제기한 음모론이 온라인에 퍼졌다. 지난 2월 10일 페이스북에 미국의 중국 정찰풍선 격추를 언급하면서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 세력”이라고 쓴 게 대표적이다. 미국이 천안함 사건을 조작했다는 음모론과 같은 맥락의 주장이다. 2020년 3월엔 중국 관영매체 CGTN을 인용해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미(反美) 감정을 드러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며 이 대표를 칭찬하는 글도 자주 올렸다. 2월 2일 페이스북에는 “대한민국은 ‘윤가(윤석열 정부)’ 집단으로 복합위기 누란에 빠졌다”며 “유일한 길은 윤가 무리를 권력에서 끌어내리는 일뿐”이라고 적었다.
최원일, 이래경 해촉 요구하자…권칠승 “무슨 낯짝으로” 막말

이래경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등 천암함 유족·생존장병은 즉각 반발했다. 최 전 함장은 이 대표에게 “현충일 선물 잘 받았다. 오늘까지 해촉 등 조치 연락이 없으면 현충일 행사장에서 유족, 생존 장병들이 찾아뵙겠다”며 사과도 요구했다.
![5일 더불어민주당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장에 낙점됐다 9시간여 만에 사퇴 의사를 밝힌 이래경(69) (사)‘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과거 페이스북 글. “천안함 사건은 자폭”, “COVID-19 진원지는 미국”(아래 사진) 등의 음모론 발언을 둘러싼 논란 끝에 낙마했다. [페이스북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6/06/80312a03-2a0a-4a5e-a50e-55e2ecdf9d1b.jpg)
5일 더불어민주당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장에 낙점됐다 9시간여 만에 사퇴 의사를 밝힌 이래경(69) (사)‘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과거 페이스북 글. “천안함 사건은 자폭”, “COVID-19 진원지는 미국”(아래 사진) 등의 음모론 발언을 둘러싼 논란 끝에 낙마했다. [페이스북 캡처]
특히 비명계는 이 이사장이 2019년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가 대법원 선거법 위반 판결을 앞두고 있을 때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 구성’ 공동 제안자였던 사실에 반발했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당내 논의도, 검증도 전혀 안 됐고 오히려 이재명 대표 쪽에 기울어 있는 분이라니 더 기대할 것도 없겠다”고 말했다.
![5일 더불어민주당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장에 낙점됐다 9시간여 만에 사퇴 의사를 밝힌 이래경(69) (사)‘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과거 페이스북 글. “천안함 사건은 자폭”(위 사진), “COVID-19 진원지는 미국” 등의 음모론 발언을 둘러싼 논란 끝에 낙마했다. [페이스북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6/06/70c67e56-177d-414a-8e5b-a512acffa4d7.jpg)
5일 더불어민주당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장에 낙점됐다 9시간여 만에 사퇴 의사를 밝힌 이래경(69) (사)‘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과거 페이스북 글. “천안함 사건은 자폭”(위 사진), “COVID-19 진원지는 미국” 등의 음모론 발언을 둘러싼 논란 끝에 낙마했다. [페이스북 캡처]
이날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의 사과를 요구한 최원일 전 함장을 겨냥한 막말을 쏟아내 2차 논란까지 불렀다. “부하들을 다 죽이고 무슨 낯짝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냐”며 “어이가 없다. 원래 함장은 배에서 내리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하면서다. 최 전 함장은 이에 “고소하겠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논란이 계속 커지자 결국 이날 오후 6시55분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게 매우 유감스럽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 대표도 직후 “본인이 사임하겠다고 해서 본인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역량 있고, 인망이 있고, 그런 분들을 주변 분들을 참조해서 (후임자를) 인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검증 부실에 관한 질문엔 침묵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민주당이 드디어 자폭의 길로 간다”(유승민 전 의원)며 맹비난했다. 권성동 의원은 “이 이사장은 반지성적 음모론자이자 외골수의 반미주의자”라며 “최악의 인사를 의도적으로 고르고 골라도 저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