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택한 이래경 혁신위원장이 임명 9시간 만에 낙마하면서 이 대표 리더십이 위기에 봉착했다.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김남국 의원 코인 논란을 돌파할 카드로 혁신위 출범을 서둘렀지만, 당내 갈등만 커지는 양상이다.
6일 비명계는 이 대표의 거취를 거론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상민 의원은 라디오에서 “이 대표 리더십이 온전치 못해 비롯된 만큼, 대표가 하루라도 빨리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친명 인사를 무작정 불러들이려다 일어난 사달”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이래경씨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 거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이다.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인 이씨는 "자폭된 천안함" "코로나 진원지는 미국" 등의 글을 최근에도 올린 것으로 드러나 큰 논란이 일었다. 그는 혁신위원장을 사퇴하면서도 "마녀 사냥"이라고 했다.
친명계는 이 대표를 엄호했다. 한 친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인사 실패로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벌써 내려왔어야 한다”며 “(비명계는) 이재명이 버티면 버틴다고 뭐라 하고, 물러나면 물러난다고 뭐라고 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의 ‘깜깜이 인선’과 관련해선 당 지도부도 불만을 제기했다. 조정식 사무총장과 일부 고위 당직자만 인선 과정을 공유해 인사 검증 자체가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래경 이름을 처음 언급했고 다음 날 혁신위원장으로 발표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이래경이란 사람 자체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됐다”며 “보안은 잘 지켜졌는데 일부 인사끼리만 진행하다 보니 검증이 부실해졌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장에서 추념식이 끝난 뒤 최원일 전 천안함장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외부 인사에 혁신위를 맡겨야 쇄신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현 지도부 판단이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지금 당장 출범이 막혔다고 기준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라며 “외부에서 모셔 와야 한다는 데 대한 공감대는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비명계는 이 대표가 외부 인사를 고집하는 데엔 혁신위를 자기 뜻대로 움직이기 위한 포석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8일 의원총회를 연다. 당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정부의 대 노조 강경기조에 대한 전략을 공유하는 차원으로 마련됐으나 혁신위원장 낙마로 인해 혁신위를 두고 계파간 치열한 논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원 추념식에 참석한 이 대표는 기자들로부터 “사퇴가 당 지도부 책임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을 받았으나 묵묵부답했다. 강선우 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검증 관련해 논란이 있었던 부분을 보완해 나갈 것이고, (논란에 대해서는)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