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캠퍼스에서 등교 중 쓰레기 수거 트럭에 치여 숨진 동덕여대 아동학과 3학년 양모(21·여)씨의 마지막 바람은 장기기증이었을 거라고 유족은 확신했다. 양씨의 친언니 양모씨는 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평소 동생의 생각이었으면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장기기증을 할 것 같아 고민도 안 하고 서약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유족은 양씨가 사고 직후 뇌사 판정을 받으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장기를 기증한 뒤 장례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양씨가 7일 오후 7시 15분 사망 선고를 받으면서 기증은 못 하게 됐다고 전했다. 양씨는 8일 오전 고향인 강릉의 한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사고는 지난 5일 오전 8시 50분쯤 동덕여대 중문에서 인문관으로 향하는 언덕에서 발생했다. 학생들이 1교시 수업을 듣기 위해 등교하던 길이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80대 남성 A씨가 몰던 1톤(t) 트럭이 언덕 꼭대기에 있는 쓰레기 처리장에서 일을 마친 뒤, 언덕을 내려오는 과정에서 양씨를 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트럭을 운전한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8일 오전 동덕여대 본관 앞에 마련된 아동학과 양모(21)씨 추모공간에서 한 학생이 추모하고 있다. 장서윤 기자
‘#조용히 살지 않을게’ 해시태그 운동…안전불감증 비판

동덕여대 커뮤니티에 '#조용히 살지 않을게'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학교의 자성을 촉구하는 글이 잇따랐다. 독자 제공
동덕여대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조용히 살지 않을게’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학교의 자성을 촉구하는 글이 잇따랐다. 아동학과 학생회장 김송이씨는 “학교는 왜 사고 이후 이틀 동안 아무 말이 없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대처를 하고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어떻게 책임을 질 건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미애 동덕여대 총장은 사고 이틀이 지난 7일에야 홈페이지를 통해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총장으로서 다른 장소도 아닌 대학에서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참담하다”며 입장을 낸 것을 비판한 것이다.
학교 내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양씨를 추모하기 위한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검정색 옷을 입은 학생들은 국화꽃과 함께 “선배로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했어야 하는데 미안하다” “언제나 밝고 활발했던 모습을 기억할게” 등의 메시지를 남겼다. 눈물을 흘리던 문예창작과 송모(23)씨는 “되게 열정적인 친구였는데 믿기지 않는다”며 “굳이 학생들이 다니는 시간에 쓰레기 수거를 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영학과 박모(21)씨는 “원래 수업 시간인데 교수님이 수업을 못하겠으니 추모하는 것으로 종강하겠다고 해서 왔다. 매일 다니던 길인데 어떻게 학교 안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고 탄식했다.

지난 5일 동덕여대 캠퍼스 안에서 등교하던 대학생이 언덕길에서 내려오던 쓰레기 수거용 트럭에 치여 숨진 가운데 8일 오후 캠퍼스 내에 차량 통행금지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장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