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장관은 지난 2월 방중 직전 중국발 정찰풍선 사태가 벌어지면서 방문을 전격 취소한 적이 있어, 이번 사태가 블링컨 장관의 방중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이 미국의 앞마당인 쿠바에 적어도 2019년부터 도청 기지를 운영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미·중 간 새로운 갈등의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은 쿠바 남동부 해안에 관타나모 해군 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미국 마이애미까지 거리는 약 370㎞ 정도다. 1960년대 초반엔 당시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면서 '핵전쟁' 위기까지 간 적도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쿠바 도청 기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문제”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이 쿠바 기지는 물론 전 세계에 유사한 시설을 건설하려는 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고 말했다.

쿠바에는 미 해군의 관타나모 기지 등 미군 시설이 있다. 쿠바에서 미 본토까지는 비행기로 채 1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A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쿠바 측은 “비방적인 추측”(카를로스 데 코시오 쿠바 외교부 차관)이라며 부인했고, 중국 측은 “미국은 해킹의 글로벌 챔피언이자 감시의 초강대국”(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라며 비꼬듯 반발했다.
그러자 당장 미 공화당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져나왔다. 특히 미 하원의 ‘미국과 중국공산당의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중국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마이크 갤러거 의원(공화당)은 10일 성명을 통해 “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공산당의 쿠바 스파이 기지 보도를 부인하고, 중국공산당의 어리석은 정찰풍선을 경시했냐”고 중국발 안보 위기를 부각하며 비판했다.
"블링컨 방중에 영향 미칠지 불분명"
AP 통신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다음 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의 핵심 당국자들과 18일 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블링컨 장관이 카운터파트인 친강(秦剛)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외교 사령탑인 왕이(王毅)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등을 만나 미ㆍ중 간 무력 충돌 방지를 위한 ‘가드레일(안전장치)’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관측한다. 최근 남중국해 등지에서 미ㆍ중 군용기와 군함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연출하는 등 군사적인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국은 중국에 “군사 대화를 재개하자”는 입장을 거듭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7월 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토니 블링컨(오른쪽) 미국 국무장관이 왕이 당시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미국이 중국의 쿠바 도청 기지를 오랫동안 묵과해온 것과 관련해, 방첩 분야에서 활동했던 전직 한국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미 당국이 이미 시설의 전모를 파악하고 있었다면, 기만정보를 흘리는 등 역공작에 사용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며 “상대가 눈치채고 새 시설로 옮기면 관리가 더 힘들어지는 만큼, 알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 숨기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