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라크는 세계적인 천연가스 매장국(매장량 10위)이지만,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이웃 국가인 이란(매장량 2위)에서 천연가스와 전기 등을 수입해 쓰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8년, 미국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를 선언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부과한 탓에 이란에 대금을 갚지 못해왔다. 점점 체납금이 쌓이자 이란에서 가스 공급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이라크 역시 곤란을 겪었다. 그러나 이번 동결 해제로 일부 대금을 갚을 수 있게 됐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를 계기로 푸아드 후세인 이라크 외무장관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미국 측의) 허락을 얻었다"고 전했다. 아흐메드 알사흐하프 이라크 외무부 대변인은 짧은 성명을 내고 "양국 장관이 논의하는 과정에서 실질적 합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사항은 알리지 않았다.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를 찾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미 대선 전에 이란과의 관계에서 진전을 보기 위한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은 지난 대선 기간 JCPOA를 복원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지금껏 성과는 없이 이란의 핵개발 능력은 꾸준히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앙숙이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중재하자, 미국에선 중국의 중동 내 영향력 강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블링컨 장관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안보 강화를 약속하는 등 사우디와 관계 개선에 나선 배경도 중국을 견제하는 행보라는 풀이가 나온다.

푸아드 후세인 이라크 외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미국의 조치로, 이란 내에선 한국에 동결된 석유 판매대금도 받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이란의 반관영 ISNA 통신은 최근 이라크 내 이란 대금 동결 해제 가능성을 보도하면서 한국 역시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의 제재 부과 전에 이란산 석유를 대거 수입했던 한국은 현재 70억 달러(약 9조원) 가량을 이란에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제재로 인해 돈이 묶이면서 한국과 이란 관계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