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간 감사비용만 2배" '신외감법', 정부는 "일부만 보완" 왜

현행 외부감사법에 대한 기업의 하소연이 커지고 있다. 엄격한 회계 감시를 위해 도입했지만, 불필요한 감사비용 증가로 부담만 늘린다는 비판에서다. 금융당국도 이런 여론을 수렴해 법안을 재검토했지만, 일부 제도만 보완하기 하면서 기업의 불만은 여전하다. 

신외감법 도입에 감사비, 5년 간 2배

검찰이 경영부실은폐 의혹 등이 제기된 대우조선해양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중앙일보

검찰이 경영부실은폐 의혹 등이 제기된 대우조선해양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중앙일보

11일 금융위원회는 ‘주요 회계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신(新)외부감사법이라고도 불리는 현행 외감법은 2017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도입했다. 정기적으로 법이 지정한 감사인에게 감사를 받고,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 감사를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지정 감사인은 기업이 자유 선임한 감사보다 독립적인 회계 점검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제도가 회계법인 간 경쟁을 제한해 감사비용과 시간을 큰 폭으로 늘렸다는 점이다. 한 기업 임원 A씨는 “감사인을 지정받으면, 자유 선임하는 것보다 비용을 배 이상 내야 한다”면서 “사실상 회계사 배만 불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8년 상장회사 중 감사인 지정을 받은 곳은 6.4%였다. 하지만 신외감법 도입 후 지속 증가해 지난해엔 52.6%로 절반이 넘었다. 2017년 1억2132만원이던 상장 회사의 평균 감사보수는 지난해 평균 2억7561만원으로 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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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산 규모 1000억~5000억원인 중소기업 감사 보수 연평균 증가율(19%)은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기업(15.9%)을 앞질렀다. 협상력이 약한 중소기업에 지정 감사인으로 인한 비용 전가가 상대적으로 컸던 탓이다.

폐지 요구한 주기적 지정제는 유지 가닥 

특히 기업들은 외감법 중에서도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의 완화 내지 폐지를 요구해왔다. 현행법상 상장기업은 6년 동안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이후 3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감사인에게 감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 제도를 일단 유지하기로 했다. 주기적 지정제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효과를 평가할 충분한 자료가 모이지 않은 데다, 해당 제도가 감사 품질을 높였다는 반론도 있어서다.


대신 금융위는 감사인 직권 지정 사유를 축소해 과도한 지정 감사인 비율을 낮추기로 했다. 정부는 회계 부정이 의심되는 기업에 감사인을 직권으로 지정할 수 있는데, 신외감법 도입 후 직권 지정 사유가 기존 11개에서 27개로 늘었다.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2개 사유를 폐지하고, 14개 사유는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게 일종의 최저 감사 시간처럼 적용되고 있는 '표준감사시간' 적용을 다소 완화한다. 

또다른 기업 임원 B씨는 “주기적 지정제와 함께 표준감사시간의 도입으로 평균 감사시간이 대폭 증가했는데, 얼마나 기업 부담을 줄여줄 지는 미지수”라며 “잦은 감사인 변경과 회사가 속한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긴 힘들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확대는 유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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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도입 예정이었던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는 자산 2조원 미만 상장 기업에 대해 도입 시기를 5년 늦추기로 했다. 또 자산 1000억~5000억원 비상장 중소기업이 상장했을 경우에는 제도 도입을 3년 간 유예한다. 시스템 구축에 비용이 드는 만큼, 규모가 작은 회사에겐 시간을 더 주자는 취지다. 내부회계관리제도란 재무제표 등의 오류를 막기 위해 회사의 재무보고를 내부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계획대로 올해부터 적용한다. 문제는 이를 도입하면 종속기업을 모두 포함한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통상 규모가 큰 기업에는 많게는 200~300개의 종속회사가 있다. 기업 임원 C씨는 “종속기업 기준도 불명확할 뿐 아니라, 작은 기업은 구조가 단순해 대표 기업에만 내부회계 외부감사를 도입해도 충분하다”면서 “효과가 불분명한 제도에 돈만 더 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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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의 대폭 수정을 바랬던 기업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기업 임원 D씨는 “일부 제도 도입 시기만 늦춰줬을뿐, 업계가 요구했던 제도 수정은 거의 받아들여진 것이 없다”면서 “일부 기업의 일탈을 전체 기업의 경우로 일반화해선 안 된다.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만이라도 실질적으로 감사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향을 찾아 줘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신외감법 도입 이후 국제경영개발연구원 회계 평가 순위가 상승하는 등 긍정적 효과도 있다”면서 “감사 보수가 급격히 상승한 것은 맞지만, 상장사의 매출액 대비 감사 보수 비율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낮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