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부·장 분석
머니랩은 ‘반도체=삼성전자’라고 생각하는 개인투자자를 위해 반도체 소부장 섹터를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증권가가 주목하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은 반도체 공정에서 핵심 기술을 공급하는 곳이다. 웨이퍼 제작부터 금속 배선까지의 작업을 하는 곳을 전(前) 공정 기업, 그 이후 테스트와 패키징 작업을 담당하는 곳을 후(後) 공정 기업이라고 한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증권가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은 대체로 재무건전성이 매우 우량하다. 머니랩이 올 1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15개 기업 중 13곳은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이 100%가 안 된다. 또 현금 유동성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도 12곳이 200%가 넘는다. 반도체 업황 악화에 고금리 환경을 맞았지만, 상당수가 잘 버티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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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유진테크는 증착 공정에서 웨이퍼에 금속 박막을 형성하는 장비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올해 매출의 70%는 삼성전자 쪽에서 나오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디램·낸드·파운드리 생산라인 모두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이후에는 삼성전자 안에서 점유율을 높인 상태에서 SK하이닉스의 장비 투자도 회복하면 이익 증가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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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SP는 이온 주입 공정에 쓰이는 고압 수소 가열·냉각(Annealing) 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업이다. 고압 수소를 이용하면 기존과는 다르게 400도 이하의 온도에서 가열·냉각이 가능하다. 고온으로 인한 웨이퍼 손상을 막을 수 있다. 채민숙 연구원은 “고압 수소는 폭발성이 있어 장비 개발이 어렵고, 고객사 인증도 까다롭기 때문에 HPSP의 독점력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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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쿼츠계의 ‘신흥 강자’로 거론되는 비씨엔씨도 기대주 중 한 곳이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텔사 쪽에서 발생하는 합성쿼츠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증권가가 주목하는 기업들로 원익IPS, 파크시스템스, 한미반도체, 넥스틴, 티씨케이, 솔브레인 등도 있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 주가 흐름은 대체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과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가 흐름이 비슷하다면 ‘차라리 대장주 삼성전자 주식을 사지, 뭐하러 소부장주에 투자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주가 반등 국면에서는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소부장주의 반등 폭이 더 클 수 있다. 실제로 지난 한 달(5월 4일~6월 4일) 삼성전자 주가가 10.9% 오를 때, HPSP는 22.5% 상승했고, 비씨엔씨와 한미반도체도 각각 21.3%, 18.4% 올랐다.
이승우 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소부장주 대부분은 영업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데도 주가가 올랐다”며 “올 연말이나 내년부터 반도체 경기 사이클 전환이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이 선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