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당대표·원내대표·최고위원·사무총장·정책위의장, 장관 이상 고위 정무직을 맡은 분, 종전에 원내대표를 맡는 분들은 상임위원장을 겸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결정 취지로는 “큰 권한을 동시에 두 개 가지면 하나의 직무에 충실하지 못한다는 점과 분산과 균형의 차원”이라며 “지역 특성, 전문성을 고려해 상임위원장을 배치하고 14일에 선출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재선급도 위원장을 맡을 수 있게 된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행안위원장 사수를 고집했던 정청래 최고위원은 의총 직후 “선당후사 하겠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이 원내대변인 브리핑 전 기자들 앞에 서서 “저는 오늘 상임위원장의 유권자인 국회의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며 “국회의원 유권자의 선택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승복한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박홍근 전 원내대표 시절 마련한 선수·나이 순 기준에 따라 지난해 7월 과방위원장을 맡게 됐다. 통상 상임위원장 임기는 2년이나, 여야가 행안위원장과 과방위원장을 1년씩 맞교대하자고 합의하면서 다시 선출돼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날 2시간 30분 간 진행된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상임위원장 문제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정 최고위원이 가장 먼저 발언을 신청해 “나는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홍근 원내대표 시절에는 문제 삼지 않던 일”(유정주)이라며 감싸는 이도 있었으나, “국민이 관심도 없는데 오늘 결정을 못 하고 계속 붙잡으면 큰일 난다”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고 한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비공개 전 모두발언에 서 “당사자에게 매우 아쉬운 일이 될 수도 있을 텐데, 당의 단합과 국민 신뢰 회복을 염두에 두고 현명하게 처리하자”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의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이재명 대표는 “전반적으로 당의 쇄신과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고, 쇄신을 진행하는 데 있어 여러 고려사항이 많았다”며 “총선 승리가 가장 큰 혁신”이라고 말했다고도 한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비공개로 모여 새 혁신위원장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도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태일·정근식·김은경 교수 셋을 두고 논의를 거듭했으나, 전략위원회와 사무국에서 검증을 더 해보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