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연수구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김기환 기자
예식 당일도 부담이지만 준비하는 과정도 만만찮았다. 예비 신랑신부 필수 코스인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에 360만원을 썼다. 스냅·스튜디오 촬영, 앨범 제작에 215만원이 들어갔다. 촬영 당일 옵션(선택사항)을 주문했더니 45만원을 추가로 내야했다. 미국 하와이로 떠나는 신혼여행(6박 7일 항공료+숙박비)을 예약하는 데 700만원을 썼다. 고민 끝에 예물은 생략했다. 채씨는 “결혼하기까지 들어간 비용을 따져보니 3765만원이었다”며 “그나마 1년 전부터 이곳저곳 비교해가며 준비한 덕분에 ‘선방’했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원인은 여러가지가 작용했다.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2022년 결혼을 미뤘던 예비 신랑신부가 결혼하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기준 지난해 1만5316건까지 떨어졌던 혼인 건수가 1년 만에 1만8192건으로 늘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3월 혼인 건수(1만9549건)에 가까워졌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코로나19로 주춤했던 혼인 건수가 지난해 8월부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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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결혼 준비 카페에선 웨딩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최대한 미리, 발품을 팔고 ▶양보할 수 없는 한두 가지에 집중하되 나머지는 과감히 버리고 ▶대관료가 싸고 식대도 줄일 수 있는 비수기 주중이나 일요일 오전에 식을 올리고 ▶다른 예비 신랑신부와 같은 날 웨딩 촬영을 진행하고 ▶예식엔 생화 대신 조화를 쓰고 ▶SNS에 업체 후기를 올려 할인받는 등 팁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신랑신부만큼이나 하객 부담도 늘었다. 축의금만 내면 5만~10만원, 식사까지 할 경우 10만~20만원을 내는 경우가 많다. 최근 ‘적정 축의금’을 두고 논란이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해 성인남녀 300명을 설문한 결과 적정 축의금 금액은 7만9000원으로 조사됐다. ‘5만원(48%)’이 가장 많았고 ‘10만원(40%)’이 뒤를 이었다.
지난달 결혼식에 두 번 다녀온 직장인 지영철(38)씨는 “예식장 식대가 1인당 5만원이 넘는다는 걸 뻔히 알기 때문에 축의금으로 10만원씩 냈다”며 “5월처럼 결혼식이 몰릴 땐 부담스러워 차라리 결혼식에 불참하고 축의금 5만원만 전하는 게 낫다고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보통 1년 전부터 결혼을 준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결혼 비용은 더 오를 전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상품으로서 결혼은 반복해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전형적인 공급자 우위 시장”이라며 “각종 인플레이션 요인도 있지만, 코로나19 기간 극심한 피해를 봤던 예식업계가 그동안 손실을 만회하려 각종 요금을 보복 인상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