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점수 조작 혐의로 기소돼 면직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강동혁) 심리로 진행된 집행정지 가처분 심문에서 한 전 위원장 측은 2020년 12월 서울행정법원 결정문을 꺼내들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추 전 장관을 상대로 “본안 소송 결론이 날 때까지 직무집행정지명령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냈던 가처분에 대한 결정문이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조미연)는 “집행정지를 계속하면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 단임으로 정한 검찰청법 등 관련 법령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 손을 들어줬다. 또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데 대해 “금전보상이 불가능한 손해일뿐더러 금전보상으로는 참고 견딜 수 없는 유·무형의 손해에 해당하고, 사후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소송에서 신청인이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손해가 회복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 전 위원장 측 이명재 변호사는 이를 언급하며 “방통위법상 독립된 행정기관의 장으로서 신분과 임기가 보장돼 있는 한 전 위원장에 대해 위법한 처분을 통해 업무를 배제시켜,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직권남용 등 범죄행위의 낙인이 찍혀있는 상황으로, 4년간 방통위원장으로 공정하고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한 것이 송두리째 부정돼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윤 대통령 측은 “해당 사건과 이 사건이 동일하게 평가돼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 소송대리인을 맡은 김용하 변호사는 과거 윤 대통령의 가처분 사건에 대해 “징계 사유를 치열하게 다퉜고, 공소제기가 이뤄진 바가 없었다. 해당 직무정지 처분은 비위행위의 징계보단 예방·잠정적 조치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미 기소가 돼 재판을 받고 있는 한 전 위원장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위원장은 탄핵만 가능” “면직 대상 포함”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반면에 윤 대통령 측은 “위원장 신분보장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 않고, 책임 등을 미뤄볼 때 위원장도 위원 중 1인에 해당한다”며 방통위법이 규정한 면직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또 “종편 재승인 심사는 방통위 핵심 업무로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는데, 심사과정에서 비위행위가 일어난 것이라 매우 심각하다”며 한 전 위원장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은 2020년 TV조선의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당시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달 2일 불구속기소 됐다. 이후 정부는 지난달 30일 한 전 위원장을 면직 처분했다. 이날 한 전 위원장 측은 조작을 지시한 적도, 이를 인지하고 묵인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 측은 “점수가 수정된 사실은 감사가 있었던 2022년 6월에 알게 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직권남용의 법리적 문제 등은 형사재판부가 판단할 문제”라며 “피신청인(윤 대통령)이 들고 있는 처분 사유와 관련한 사실관계가 어떠한지 등이 더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늦어도 23일까지는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