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힐 듯 반갑다" 뇌동맥류 이긴 79세 女가수 24곡 완창

 

2015년 뇌동맥류를 앓았던 조니 미첼(79)가 회복 뒤 첫 콘서트를 열었다. 개인 콘서트로는 22년 만이다. AP=연합뉴스

2015년 뇌동맥류를 앓았던 조니 미첼(79)가 회복 뒤 첫 콘서트를 열었다. 개인 콘서트로는 22년 만이다. AP=연합뉴스

 
대중문화사에 큰 획을 그은 가수 겸 작곡가 조니 미첼(79)이 22년 만에 콘서트를 열었다. 2015년 뇌동맥류로 목숨을 잃을 뻔했던 그는, 세 시간 동안 24곡을 부르고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걷고 말하는 능력을 잃었던 스타가 돌아왔을 때, 모든 세대가 숨이 막힐 정도로 반가워했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주의 한 원형극장에서 열린 이번 콘서트엔 약 2만 7000명의 팬이 모였다. 공연장은 콜롬비아가 협곡을 끼고 있어 경관이 뛰어나지만, 외진 곳에 있어 접근성은 좋지 않았다. 영국 가디언은 "시애틀에서 차로 3시간 가까이 걸리는 공연장까지 가는 건 일종의 순례 여행과 같았지만, 팬들에겐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1960년대 후반 데뷔한 조니 미첼은 여성 팝 가수의 길을 연 인물로 평가된다. 사진 조니 미첼 홈페이지 캡처

1960년대 후반 데뷔한 조니 미첼은 여성 팝 가수의 길을 연 인물로 평가된다. 사진 조니 미첼 홈페이지 캡처

 
콘서트는 미첼의 로스앤젤레스(LA) 자택에서 종종 열리는 이른바 '조니 잼(jam·즉흥 연주)'을 본떴다. 조니 잼엔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81)부터 차카 칸(70), 해리 스타일스(29)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가수들이 모인다고 한다. 무대엔 미첼의 집에 있는 테이블과 액자, 소파 등이 설치됐고, 팝 가수 브랜디 칼릴(42)이 사회를 봤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미첼이 부른 노래는 팬들에게 한층 더 의미 있게 전달됐다. 뇌동맥 일부가 약해지면서 부풀어 오르는 질환인 뇌동맥류를 앓았던 그는, 한때 걷지도, 말하지도 못했다. 다행히 치료 뒤 조금씩 회복했고, 일상에 복귀할 수 있었다. 미첼은 자신의 대표곡인 '보스 사이즈 나우(Both Sides Now)'의 가사를 언급하며 "병 때문에 뭔가를 잃었지만, 또 매일매일을 살면서 얻은 것도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더는 카나리아 같은 고음은 낼 수 없지만 그럼 어떤가, 미첼인걸"이라고 평가했다.


 

조니 미첼(오른쪽)이 50번째 생일을 맞아 딸과 함께 있는 모습. 사진 조니 미첼 홈페이지 캡처

조니 미첼(오른쪽)이 50번째 생일을 맞아 딸과 함께 있는 모습. 사진 조니 미첼 홈페이지 캡처

 
미첼은 20세기에 데뷔한 가장 영향력 있는 가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특히 남성 중심의 대중문화계에서 '여성 가수'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다. 락·재즈·포크·팝 등의 분야를 넘나들며 60여 년 동안 활동했다. 마돈나, 프린스, 밥 딜런, 테일러 스위프트 등 유수의 가수들이 그를 존경하는 뮤지션으로 꼽았다. 1997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고, 케네디센터 명예상, 레코딩아카데미의 올해의 인물상, 미국 의회도서관이 수여하는 거슈윈 상 등을 받았다. 그래미 어워드에선 지난해 공로상을 비롯해 10차례 상을 받았다. 2021년 개봉한 영화 '코다(KODA)'에서 주인공 루비(배우 에밀리아 존스)가 오디션 곡으로 '보스 사이즈 나우'를 부르면서, 젊은 층에 원곡자인 그도 유명해졌다.

 
미첼은 개인의 삶을 가사로 표현한 '자기 고백적' 노래로 반향을 일으켰다. 71년 발매한 4집 '블루(Blue)'가 대표적이다. 3번 트랙인 '리틀 그린(Little Green)'에는 20대 초반, 남자친구 브래드 맥매스와 낳았던 아이를 입양 보내야 했던 경험을 담았다. 대학에 다니던 그는 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말할 수 없어 몰래 병원에서 아이를 낳았고, 혼자 양육할 자신이 없어 입양을 선택했다고 한다. 96년, 미첼은 딸을 공개적으로 찾았고  둘은 이듬해 재회했다. 미첼은 "딸의 출생과 그를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작곡가로서 영감을 떠오르게 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