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말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면세점을 이용하는 모습. 뉴스1
관세청은 다음 달부터 면세 주류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고시 변경을 시행할 전망이다. 이를 두고 면세점 업계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주요 이해 관계자들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그간 시내 면세점의 경우 화장품과 향수 등의 온라인 구매는 가능했지만, 주류는 전통주만 온라인에서 구매가 가능했다. ‘전통주’라는 장벽을 넘어 위스키와 와인 등으로까지 허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게 관세청의 의지다. 면세 주류의 온라인 판매 확대는 지난해 9월 관세청이 발표한 ‘면세산업 활성화 대책’의 일부다. 당시 관세청은 ‘국민편의 제고’를 제도 변경의 이유로 꼽았다.
면세점 입찰 결과 따라 업계 입장 갈리나
실제 면세 주류 온라인 판매에 가장 적극적인 건 롯데면세점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3월 인천공항 면세 입찰에서 이렇다 할 판매 구역을 확보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공항 내에 이렇다 할 오프라인 거점이 없다 보니 온라인 주류 판매를 가장 반긴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 3월 입찰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주류 판매가 아닌 화장품 같은 부티크 판매 허가만 받는 데 그쳤다. 앞으로 10년 동안 인천공항 내에 이렇다 할 주류 판매 거점을 확보하지 못했단 얘기다. 롯데나 현대 입장에서는 ‘온라인’으로 면세 주류 판매의 활로가 열린 것이 달가울 수밖에 없다.
신라·신세계 복잡한 속내
면세 주류 온라인 판매에 가장 반대하는 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중소 면세점이다. 중소 면세점 A사의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공항 내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중소 사업자는 매출의 30% 정도를 공항에 임대료로 지불 중”이라며 “대기업 계열 면세점과 달리 시내 면세점 기반이 취약해 온라인 면세 주류 거래가 활성화하면 경쟁 자체가 불공정해진다”고 답답해했다.

김주원 기자
인천공항공사는 장기적으로 면세 주류의 온라인 판매 확대가 오프라인 임대료 수익 기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 우려한다. 이에 더해 ‘대기업 위주 유통시장으로 고착화 우려’ 등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인천공항공사 측은 이달 초 관세청을 방문해 주류 온라인 판매 허용 시 ▶온라인 사업자 간 출혈 경쟁 심화 ▶가격 왜곡 ▶중소·중견 면세점의 도태 우려가 있단 의견을 전달했다. 또 “주류 매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지나친 가격 왜곡 발생 시 관련 당국이 관리·감독 해 달라”고 촉구했다.
여기엔 결국 주류가 면세점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녹아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원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면세 주류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되, 외국인 구매 제한이나 온라인 쿼터 도입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