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코맥 매카시가 13일(현지시간) 89세 나이로 별세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AP=연합뉴스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을 펴내며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히기도 한 코맥 매카시가 13일(현지시간) 89세 나이로 별세했다.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는 "매카시가 뉴멕시코주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미국 CNN은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 작가이자, 작가들의 작가였던 인물"이라고 회고했다.
매카시는 미국 대문호인 윌리엄 포크너, 허먼 멜빌의 진정한 계승자로 불릴 만큼, 미국 현대 문학을 대표해왔다. 유명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그를 필립 로스, 돈 드릴로, 토머스 핀천과 함께 현존하는 문학계 거장으로 꼽았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여러 차례 지명됐고, 오는 10월 예정된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의 후보로도 마거릿 애트우드와 함께 올라있는 상태다.

매카시는 암울하고 종말론적인 내용의 소설을 통해 인간의 삶 중심에 있는 어두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AP=연합뉴스
매카시의 작품은 대부분 암울하고 허무주의적이며, 종말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살인자·노인·부랑자·매춘부 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인간 속 어두운 본질을 끄집어내 세밀하게 묘사했다. 그는 2005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죽음 같은 어두움은 우리 삶 중심에 있는 주요 모티브"라고 답했다. 다만 여성이 거의 등장하지 않고 남성 중심적인 서사를 전개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약 60년 동안 펴낸 12편의 작품을 썼지만, 작가 경력 대부분을 무명으로 지냈다. 80년대까진 책이 5000부 이상 팔린 적이 없다고 한다. 첫 작품 『과수원지기』를 펴낸 지 27년이 지난 뒤인 92년에서야 뉴욕타임스(NYT)는 그를 "미국 최고의 무명 소설가"라고 소개했다. 극도로 내향적인 성격이었던 그는, 북투어·사인회·인터뷰·강연 등을 피했다고 한다. CNN은 "은둔형 외톨이로 언론에 묘사됐던 그는, 자신의 작품 속 남성적인 캐릭터를 설명하는 것을 특히 싫어했다"고 전했다.

그의 소설 『모두 다 예쁜 말들』을 소재로 한 동명 영화 '올 더 프리티 호시즈(All the Pretty Horses)'의 한 장면. 맷 데이먼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사진 컬럼비아 픽처스 제공
하지만 90년대 들어 작품이 유명해지며 그는 미국 문학계 주류가 됐다. 이 시기에 그는 더 간결하고 시적인 문체를 쓰기 시작했다. 미 서부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모두 다 예쁜 말들(1992)』, 『국경을 넘어(1994)』, 『평원의 도시들(1998)』 등 이른바 '국경 3부작'으로 서부 문학이라는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았다. 『모두 다 예쁜 말들』은 92년 전미도서상 수상작으로 선정됐고, 2000년 배우 맷 데이먼과 헨리 토머스가 주연한 영화로도 제작됐다.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은 건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영화화면서다. 토미 리 존스와 하비에르 바르뎀, 조슈 브롤린이 출연한 영화는 200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후 2007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더 로드』를 포함해 『선셋 리미티드』, 『카운슬러』 등도 영화로 제작됐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이 총을 겨누는 장면. 사진 해리슨앤컴퍼니 제공
33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에서 태어난 그는 예일대 법학과를 졸업한 변호사 아버지 덕분에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다. 하지만 그는 인근 빈민가 쪽에 더 자주 갔다고 한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일찍부터 스스로 존경받을 만한 시민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느꼈다"고 고백했다. 청소년기까지는 책을 즐겨 읽지 않았지만, 미 공군에 복무해 알래스카에 주둔하면서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한다.
자동차 부품 창고 등에서 일하며 소설을 썼던 그는, 결혼해 가정을 이룬 뒤에도 가난했다. 그의 두 번째 부인 영국 팝 가수 앤 딜라일은 "호수에서 목욕할 정도로 처절하게 빈곤하게 살았다"며 "그는 강연 제안이 들어오면 책에 할 말이 다 들어있다"고 거절했다"고 NYT에 전했다. 81년 '천재들이 받는 상'으로 알려진 맥아더 펠로십을 받아 한동안 생활비로 썼다고 한다.
그는 딜라일을 포함해 세 명과 결혼 생활을 했고 모두 이혼했다. 유족으로는 두 아들과 두 손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