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 일각에서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년 연속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5·18기념재단과 공법단체 오월3단체(부상자회·유족회·공로자회)가 지난해 11월 광주 5·18기념공원 추모승화공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공자 명단 공개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뉴스1
5·18 유공자 명단만 비공개하는 것도 아니다. 공훈록에 근거해 예외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순국열사와 애국지사를 제외한 모든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 명단도 비공개다. 가짜로 의심되는 유공자가 유독 5·18 유공자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독립유공자 전수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짜 유공자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유독 5·18 유공자에 대해서만 명단공개 주장이 활개를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5·18 관련 법률을 잘 모르거나 무시해서다. ‘5·18 유공자법’은 5·18 민주화운동 관련 ▶사망자 또는 행방불명자 ▶부상자 ▶그 밖의 희생자를 유공자로 인정한다. 여기서 ‘그 밖의 희생자’는 ‘5·18 보상법’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수배ㆍ연행 또는 구금된 사람,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공소기각ㆍ유죄판결ㆍ면소판결ㆍ해직 또는 학사징계를 받은 사람’으로 구체화한다. 이번에 한 언론이 가짜 5·18 유공자라고 지목한 대부분의 사례가 이 범주에 속한다. 또한 5·18 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18일 이후 며칠간의 사건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끝난 뒤 유영봉안소를 참배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둘째, 명단공개를 주장하는 이들이 개인의 자유와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해서다. 이들은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면 개인의 안전과 사생활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그들은 공공의 이익이 개인의 자유와 인권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하는 국가주의적 사고에 빠져있다. 가짜 유공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만으로 명단을 공개하고 검증하려는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유공자 개인의 사생활을 드러내고 공개하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인 행위인지 전혀 깨닫지 못한다.
셋째,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주장하는 이들이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성과 정당성을 부정하고 싶어해서다. 이들은 대부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인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반대하거나 명단을 공개해서 가짜 유공자를 다 걸러낸 이후에나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건을 단다. 세월호 사고나 10·29 이태원 참사의 완전한 진상조사 요구에는 한없이 진상조사만 하자는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던 이들이 5·18 유공자 문제만큼은 계속 진상조사를 요구한다. 독립유공자에 일부 가짜가 있어도 독립의 의의가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5·18 유공자에 일부 부정이 있다고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까지 부정할 순 없다.

5·18 민주화운동 43주기인 지난 5월 18일 참배객들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모습. 뉴스1
이런 5·18 관련법의 정비와 함께 유공자 선정 과정이 공정한지 검증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명단공개 논란이 확산하면서 5·18 유공자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처럼 실추된 5·18 유공자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도 5·18 유공자 심의 기관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국정감사가 필요하다. 5·18 관련법을 정비하고 유공자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이런 노력이야말로 명단공개를 매개로 5·18을 폄훼하는 세력으로부터 5·18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가치를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배훈천 광주시민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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