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에 설치한 키오스크(무인 단말기)에서 주문하고 있는 손님들. 연합뉴스
해당 중국집 주인 박모(48)씨가 키오스크를 도입한 건 지난 2021년 6월이다. 직장이 밀집한 곳이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는 동안 손님이 확 줄었는데, 종업원 2명 인건비가 부담스러웠다. 고민 끝에 리모델링하며 탁자마다 키오스크를 달았다. 요리사 2명은 그대로 두고 종업원은 1명만 남겼다. 박씨는 “지나고 보니 어떻게 종업원을 2명씩이나 데리고 일했나 싶다”며 “식당 일만 20년 가까이 하면서 키오스크 넣은 게 가장 잘한 일 같다”고 털어놨다.

차준홍 기자
각종 통계가 전체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인 만큼 번화가나 대형 브랜드일수록 키오스크를 설치한 비율은 더 높다. 예를 들어 2015년 국내 최초로 디지털 키오스크를 도입한 맥도날드를 비롯해 버거킹·롯데리아 같은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키오스크 도입률은 70% 이상이다. 직장인 이민영(41)씨는 “아침은 샌드위치에 커피, 점심은 분식, 저녁은 회사 근처 식당에서 해결하는 동안 세끼 모두 키오스크로 주문해 식사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경제성을 무시할 수 없다. 키오스크 1대당 설치비용은 최소 200만에서 최대 1200만원 이상이다. 2024년 기준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이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월급은 206만원꼴이다. 단순히 계산했을 때 300만원 짜리 키오스크 2대를 설치할 경우 종업원 1명 월급의 3달 치가 ‘손익분기점’이다. 키오스크를 렌털할 경우 월 5만~30만원(36개월 할부)꼴로 부담이 덜하다.

차준홍 기자
소비자가 ‘비(非)대면’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외식업체를 방문할 때 첫 번째 조건은 맛과 가격이다. 종업원의 친절함은 후 순위”라며 “키오스크는 최소한 불친절하지 않기 때문에 자영업자는 물론 손님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덜어준다”고 설명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임대료 상승, 문재인 정부 시절 급등한 최저임금, 코로나19에 따른 불황, 배달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키오스크의 확산이 1인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다”며 “새로운 정보기술(IT) 수용에 익숙한 데다, 서비스 표준화·고급화 수요와 맞물려 키오스크 확산이 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키오스크 확산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소병훈 의원은 지난 4월 IT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어르신도 키오스크를 쉽고 편리하게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은희 교수는 “키오스크가 IT 취약층을 암묵적으로 차별하고, 노동 시장에선 저임금·저숙련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그늘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