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2030
3년 전 취업에 성공하자마자 코인·주식 투자를 시작한 20대 B씨. 손실이 커질수록 다시 수익을 내 막으면 된다는 생각에 카드론으로 투자액을 계속해서 늘려왔다. 이른바 ‘빚투’다. 그동안 쌓인 빚이 1억원에 이르자 주말 단기 아르바이트까지 뛰며 이자를 내고 있다.

김영옥 기자
최근 각종 데이터는 20대 부채의 위험 신호를 깜빡이고 있다. 올해 1~6월 신용회복위원회 개인 워크아웃을 통해 빚을 탕감받은 20대는 4654명으로 최근 5년 새 최대다. 한 달에 1만원 안팎의 이자를 내지 못하는 20대도 늘었다. 한도 100만원인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은 20대 중 이자를 내지 못한 경우가 지난달 초까지 24.5%로 집계됐다. 전체 연령대 미납률(14.1%)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다.

김영옥 기자
한국은행은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20대 대출자에 대해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 대출 비중이 과거에 비해 높다”며 “향후에도 연체율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20대는 금리상승 경험 못한 세대…“청년들에게 금융역량 교육 필요”
일자리가 있으면 빚을 갚을 길이 생긴다. 하지만 7월 20대 고용률은 61.4%로 29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원익 부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논문에서 “청년층에게 취업 전 발생한 부채는 첫 일자리 임금 수준을 감소시키고, 이는 다시 부채 보유 가능성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한 회생 전문 변호사는 “20대는 상환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일단 빌리고 보자는 마음으로 대출을 하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관계 당국이 관련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생계형 대출’도 아닌 ‘무계획 대출’까지 사회가 도와야 하느냐”는 비판이 따라다니는 이유다.
하지만 현실에서 ‘생계형 대출’과 ‘무계획 대출’을 나누기엔 경계가 모호하다. 생계유지에 허덕이던 청년들이 빠르게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 ‘빚투’를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다. 20대 청년 C씨도 “부모님의 암 발병 소식을 듣게 된 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급한 마음에 카드론으로 주식 투자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혜진 강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은 최근 논문에서 “채무를 가진 청년은 주어진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갈망에서 ‘빚’을 수단으로 삼아 각자의 도전을 시도한다”고 분석했다.
20대는 다른 세대와 달리 자산 가격 하락이나 금리 상승 시기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세대다. 청년 대상 금융역량 교육 필요성이 대두하는 이유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대출을 받는 경우에는 금융회사에서 리스크를 평가해 자율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빚을 내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정책을 확대하는 등의 근본적인 해결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