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ㆍ수면 마취 수술을 하는 병원이라면 CCTV를 설치해야 하고 환자 혹은 보호자가 요청하면 촬영까지도 해야 한다. 이렇게 촬영된 영상은 3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
의료기관이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는 ▶수술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응급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수련병원 등 전공의 수련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만일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하면 장례를 치르고 전문적인 내용 검토를 하는 데에만 한 달은 금방 지나간다. 어린이집 CCTV도 60일 이상 보관하게 돼 있는데, 최소한 60일 이상은 돼야 하고 일반적으로 90일까지는 보관하게 해야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또 “응급 수술을 예외로 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위험한 수술과 전공의가 참여하는 수술까지 촬영 거부를 할 수 있게 돼 있는 건 문제다. 웬만한 큰 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은 사실상 의무화에서 제외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CCTV 설치 의무화는 2016년 서울 강남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 윤곽 수술을 받던 고 권대희씨가 수술 과정에서 발생한 과다출혈 등에 의해 당시 나이 25세로 숨지면서 힘을 받았다. 해당 성형외과에서 단시간에 많은 수술을 하기 위해 동시에 여러 개 수술방을 열어 집도의인 장모씨와 봉합 담당 의사 신모씨가 1시간 간격으로 순차적으로 움직이는 ‘공장식’ 수술을 했는데, 이 때문에 수술 도중 권씨에게 과다출혈이 일어났음에도 장씨와 신씨가 수혈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한 상황이 CCTV를 통해 드러났다. 장씨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000만원 형이 확정됐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대리 수술 같은 문제는)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고 지문 인식 등으로 출입을 제한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수술 장면 촬영을 명시한 법안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회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CCTV가 설치되면 근로 감시를 당한다고 느끼거나,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산부인과ㆍ흉부외과 등 필수 과에선 수술 뒤 회복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할 경우 소극적으로 진료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지난 5일 CCTV 설치가 보건의료인의 인격권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직업 수행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개정 의료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오는 25일에는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