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화에 대한 일본 엔화 가치가 약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일본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1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승객들이 탑승 수속을 하기 위해 줄 서 기다리고 있다. 뉴스1
그만큼 엔화 값이 싸졌다는 의미다. 일본 여행객에겐 호재다. 최근 글로벌 여행 업체 부킹닷컴이 자사 사이트에서 한국인들의 ‘숙박 장소’ 검색을 분석한 결과 추석 연휴 기간에 여행하고 싶은 해외 도시 상위 5곳 중 3곳이 일본 도시다. 도쿄가 1위를 기록했고 오사카는 3위, 후쿠오카는 5위에 자리했다. 지난해 추석 기간엔 상위 5곳 중 일본 도시가 한 곳도 없었다. 기록적인 엔저 영향이 있었다는 게 부킹닷컴 측 설명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가안정 목표의 지속적, 안정적인 실현을 전망할 수 있는 상황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인내심을 갖고 초 완화 통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책 기조를 당분간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로 일본 수출이 전년 대비 플러스 증가율 기록할 수 있었다”라며 “3분기 들어 수출 역성장이 이어진 탓에 일본은행이 장기간 엔화 약세를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런 엔저가 정부와 수출 기업엔 달갑지 않다. 지난해 10월부터 내리막을 걷던 수출은 이달 1~20일 1년전 보다 9.8% 늘며 반등 조짐을 보였다. 그런데 엔저는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한국 자동차·철강 등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과거보다 환율 영향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엔저는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엔저에 따른 일본 여행객 급증은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준다.
다만 내년에는 일본이 통화정책을 방향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 13일 46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은 내년 상반기 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할 것이라고 답했다. 배현기 대표는 “시기를 예단할 수는 없으나 멀지 않는 미래에 일본이 통화 정책 방향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재 엔화값이 가장 싼 시기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적어도 엔화값이 더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여윳돈이 있다면 엔화를 모아야 할 시기”라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