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간첩단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마친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압수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조합원 수만 120만명 이상인 거대 조직 민주노총의 전·현직 간부들이 북한 간첩이었다는 의혹은 큰 파장을 낳았다. 정치권과 대북단체 등으로부터 관심을 한몸에 받았고, 평택미군기지와 오산공군기지 등 군사시설의 기밀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입증이 까다로운 ‘간첩죄’(국가보안법 제4조)까지 적용됐다.
신발 사장이 총책…창원간첩단은 누구

'창원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경남진보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국정원과 경찰은 내사를 거쳐 지난해 11월 이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수사 결과 자통은 민주노총·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 등에 전국 68개 하부망을 운영해온 대규모 조직이었는데, 그 심각성은 널리 주목받지 못했다. 서울대 독문과 출신인 총책 황씨의 당시 직업은 창원의 신발제조업체 ‘S상사’ 대표였다.

김영옥 기자
소풍 같은 ‘대기 투쟁’…민주노총 재판은 조용
자통 사건 3차 공판과 보석 심문이 예정됐던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서관 입구에선 남녀노소 40여명이 계단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저번에도 오셨던 분이죠?” “아유, 내일은 출근이네요” 등의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목격됐다. 재판의 공개 여부도 모른 채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기다리던 재판이 갑자기 취소됐는데도 짜증내는 기색이 없었고, 해산 직전엔 인솔자의 안내에 따라 단체 사진도 촬영했다.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서관 앞에서 창원간첩단(자통)의 공판기일 변경 사실을 알게 된 지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으러 이동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
자통 재판에선 장외 투쟁도 재현되고 있다. 지난 8월 첫 공판 땐 100여 명이 국가보안법 폐지 집회를 열었다. 2차 공판일엔 열댓 명이 비공개 법정 밖 대기석에서 법원 경위들의 삼엄한 감시 아래 책을 읽거나 휴대전화를 보며 말없이 자리를 지켰다. 재판을 볼 수 없는데도 법정 주변이 늘 문전성시인 것이다.
반면 ‘민주노총 침투간첩단’을 심리 중인 수원지법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민주노총 70여 명이 국가보안법 폐지 집회를 연 공판 첫날(8월 14일)을 제외하면,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국정원 진술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재판 내용을 공개하는데도 방청객은 대개 5~6명에 그친다. 자통 재판은 밀리고 중단되길 반복하고 있지만 이 사건은 이달에만 7번의 재판이 열린다.

지난달 18일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 민주노총 침투간첩단 사건 6차 공판은 방청객 5~6명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정숙하게 진행됐다. 김정민 기자
“자통은 수괴급…북한 문화교류국과 직통”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서관 앞에서 창원간첩단(자통)의 공판기일 변경 사실을 알게 된 지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으러 이동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
자통 사건에는 재판을 늦추는 다양한 소송 기술들도 망라되고 있다. 다른 간첩 사건들에도 흔히 쓰이는 국민참여재판 신청에 그치지 않고, 보석 신청과 재판부 기피 신청, 위헌심판 제청 신청 등이 반복적으로 이뤄진다. 최근엔 담당 판사(강두례 부장판사)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실제 2차 공판 이후 진전이 없는 자통에 비해, 민주노총 사건은 두 달 늦게 기소됐는데도 벌써 7차례 공판이 열렸다. 한 공안검사는 “자통을 맡은 장경욱 변호사는 이미 수차례 간첩 사건을 맡아 같은 소송 기술들을 반복해 왔다”며 “실제 재판이 본격화할 때쯤이면 구속기한이 만료돼 피고인 4명 모두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자통엔 간첩죄 미적용…“증거인멸 기술 차이”

김영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