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수원시의 한 은행에 담보대출 금리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가 이자 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13만1000원이다. 2021년 2분기 월평균 8만6000원에서 52% 증가한 것으로 1인 가구를 포함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후 전 분기 기준 가장 많은 금액이다. 이는 전체 평균을 낸 값으로, 실제 대출을 가진 금융소비자의 이자 비용 부담이 상당히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영희 디자이너
주거형태별로는 전세 사는 가구의 이자 지출이 가장 크게 늘었다. 월평균 21만4000원으로 2021년 2분기(10만2000원)보다 110.0% 늘었다. 같은 기간 자가 가구는 38.1%(3만9000원) 늘어난 14만3000원, 월세 가구는 48.9%(2만3000원) 증가한 7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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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원인을 보면 표면적으론 기준금리 인상을 들 수 있다. 2021년 8월 0.75%에서 현재 3.5%까지 올랐다. 다만 전문가들은 그 이면에 코로나19 시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출을 끌어모아 집을 사는 ‘영끌족’이 늘어났던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당시 주택 담보 대출이 대폭 늘었는데 금리가 높아지면서 대출에 대한 이자가 불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계의 이자비용이 늘어나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계지출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그만큼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어서다. 실제 지난 2분기를 예로 들면 가계의 소비 지출은 2.7% 늘어나는 데 그쳐 2021년 1분기(1.6%) 이후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0.5% 감소하는 등 소비가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긴 하지만 아직도 자산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동산을 사는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정부가 주택 가격을 떨어뜨린다는 확실한 신호를 주지 않으면 가계 부채가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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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GDP 대비 민간부채(가계+기업) 비율 역시 초고속으로 상승했다. 한국의 민간부채의 비율은 2017년 238.9%에서 지난해 281.7%로 42.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데이터 확인이 가능한 26개국 중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중앙정부 부채도 지난해 GDP 대비 54.3%로, 2017년(40.1%)보다 14.2%포인트 증가했다.
정부가 가계와 기업의 ‘빚 폭탄’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과도한 가계 부채로 내수마저 줄어들면 경기 회복도 그만큼 더뎌지기 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요 경제 주체들이 그간 저금리 상황에 배팅한 결과가 몰려오는 것”이라며 “가장 시급한 건 새로 빚을 낼 때 건전성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계 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며 “코로나19 기간 일단 기업을 살리고 보자는 취지로 빚을 늘렸는데, 이제는 부채 조정을 시작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