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16일 오전 전남 영암군 영암읍 한 주택에서 일가족 사망 사건과 관련한 현장 감식이 이뤄지고 있다. 아버지는 지적장애 등 발달 장애를 앓는 20대 아들 세 명을 살해하고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2020~2022년 발생한 발달 장애인 관련 극단 선택 사건들. 사진 '발달 장애인 생활실태 전수조사'
정부의 첫 전수조사 봤더니
복지부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다섯 달 동안 경기도 하남(대도시), 전북 김제(중소도시), 경남 창녕군(농어촌)에 사는 발달 장애인 2453명(하남 1080명, 김제 879명, 창녕 494명)과 그 보호자를 대상으로 1~3차에 이르는 대면 전수조사를 했다. 사망·전출·거절 등 여러 이유로 조사가 불가능한 가구가 있어서 응답률은 67.9%였다.

정근영 디자이너
“실제 극단 선택 시도했다” 답변도 9명
이런 보호자 158명 가운데 18.4%(29명)는 극단 선택을 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 있다고 답했다. 이들(158명) 중 5.7%(9명)는 실제 극단 선택 시도를 한 적 있다고 했다.
보호자들은 경증의 우울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울척도가 평균 18.2점으로 우울증을 의심하는 수치(16점 이상)를 상회했다. 75세 이상 보호자에 대한 우울척도 점수가 19.4점으로 가장 높았고, 60~74세가 18.8점, 40~59세가 17.9점, 20~39세가 15.3점이었다. 연령대가 높은 부모일수록 우울 정도가 더 심한 것이다.

자녀 돌봄시간과 관련한 보호자들의 설문조사 표.
“24시간 일하는 것…너무 힘들다”
보호자의 70.4%(691명)는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돌봄을 자녀에게 제공하고 있었고, 평균 돌봄 시간은 9.25시간이었다. 이 중 12시간 이상 자녀를 돌본다고 답한 경우는 24.9%(172명)에 달했다. 75세 이상이 10.4시간으로 가장 길었고, 60~74세 9.63시간, 20~39세 9.93시간, 40~59세 8.61시간 순이었다.
경북 울진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딸(27)을 키우는 김신애(55)씨는 “명절엔 활동지원사가 없어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경북 포항에 있는 친정에 홀로 다녀왔다”며 “부모도 늙어가는 데 힘에 부치는 상황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발달 장애인 아들(12)을 둔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사실상 24시간 일하는 것이라 육체적·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 ‘내일은 꼭 죽어야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고 털어놨다.
강선우 의원은 “발달장애인 가족의 참사가 잇따르는 가장 큰 이유는 국가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돌봄 부담을 여전히 가족에게만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호자가 겪는 심리적 우울감 등이 실제 통계로 확인된 유의미한 결과로 본다. 다른 지역으로 전수조사를 확대해 관련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