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현희 주심 감사위원에 직격탄 "변호인처럼 행동했다"

지난 2017년 서울고검장 취임 당시 조은석 감사위원의 모습. 감사원 사무처는 4일 조 위원장이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감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의 진상조사 보고서를 국회에 보고했다. 김경록 기자

지난 2017년 서울고검장 취임 당시 조은석 감사위원의 모습. 감사원 사무처는 4일 조 위원장이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감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의 진상조사 보고서를 국회에 보고했다. 김경록 기자

감사원 사무처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관련한 감사 보고서가 공개되는 과정에 대한 내부 진상조사 결과를 4일 국회에 보고했다. 감사원은 6월 전 전 위원장과 관련해 상습지각 등의 비위 의혹이 담긴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주심 감사위원이던 조은석 감사위원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었고, 감사원은 내부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석 달 가까이 조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이 확보한 감사원의 진상조사 보고서에는 조 위원이 전 전 위원장의 주장을 옹호하며 감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감사원은 지난달 조 감사위원을 직권남용 등 감사 방해 혐의로 수사 요청한 상태다. 서울 고검장 출신인 조 위원은 전 전 위원장 감사 심의 당시 “전 전 위원장에게 개인적 책임을 물을 비위 사안이 없다”며 감사 보고서 공개의 위법성을 주장해왔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감사원 사무처는 조 위원의 감사 방해 혐의를 나열식으로 보고서에 담았다. 사무처는 조 위원이 전 전 위원장 변호인으로부터 의견서를 전달받은 뒤, 관련 내용을 감사위원과만 공유하고 사무처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사무처가 관련 내용을 검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무처는 또, 조 위원이 전 전 위원장의 비위 의혹을 부당하게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심의 당시 조 위원은 감사위원 6명 전원이 합의한 사안이라며 보고서 수정을 요청했지만, 조사 결과 전원이 합의한 내용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조 위원이 특정인의 변호인처럼 오인받을만한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입장이다. 조 위원이 전 전 위원장과 유사한 입장을 취하며 감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감사원 사무처는 조 위원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기 전까지 조 위원을 주심위원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감사원장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주심위원에서 배제되면 감사위원으로서 표결 등엔 참여할 수 있으나, 감사 사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감사원은 조 위원이 “비위 내용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비위 혐의에서 빠진 전 전 위원장의 상습 지각 의혹에 대해 재심의도 검토할 예정이다. 인사혁신처로부터 “정무직 기관장도 복무규정 적용대상”이란 회신을 받았기 때문이란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감사원은 감사원장이 지휘하는 사무처와 6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된다. 사무처가 현직 감사위원을 수사 요청한 것도, 향후 주심위원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감사원 역사상 처음이다. 일부 감사위원은 이같은 내부 조사 결과에 반발하고 있다. 조 위원은 사무처의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박용진 의원은 “감사위원의 품위 운운하며 감사원 위상을 유병호 변호인단으로 격하한 보고서 내용에 개탄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유병호 사무총장은 진상조사 TF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 전 위원장은 감사원의 진상 조사 결과에 대해 “표적 감찰이자 위법”이라며 반발했다. 전 전 위원장은 "직권 재심의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직권 남용”이라며 “근태 의혹은 자체가 사실과 다르며, 인사혁신처의 복무 규정 준수 대상 회신을 근거로 삼는다면 대통령 이하 모든 기관장이 똑같이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