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승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안보전략센터장, 대전대 교수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워싱턴 선언’은 확장억제 기반 강화, 핵을 포함한 상호방위 개념으로 진화, 핵전력의 상시배치 효과 등으로 출범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 하지만 선언의 구체적 평가에 대해 여전히 견해가 엇갈린다. 선언의 방점은 북핵 대응이다.
날로 거세지는 북한의 핵 위협
한·미 원자력협정 미비점 노출
호주 같은 ‘오커스2’ 서둘러야
한·미 원자력협정 미비점 노출
호주 같은 ‘오커스2’ 서둘러야

시론
북한은 수중 핵 공격이 가능한 최초의 전술핵 공격잠수함을 건조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핵잠수함은 극초음속 무기,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과 함께 북한이 천명한 ‘5대 핵심과업’ 중 하나다. 최근 북·러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이 달려간 곳은 잠수함 건조 시설이었다. 향후 러시아가 소형 핵탄두 기술까지는 아니더라도 핵잠수함 및 미사일 엔진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힘의 균형이 바뀔 수 있다.
미국이 오커스(AUKUS)를 통해 호주에 핵추진잠수함을 허용한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호주는 영국의 설계와 미국의 기술을 지원받아 최대 8척의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기로 했다. 오커스는 핵잠수함과 인공지능·극초음속·양자기술·사이버의 두 기둥으로 구성된다. 오커스라는 ‘호주 모델’은 핵잠수함을 넘어서는 영역으로 확장된다. 이는 동맹국끼리 ‘역할 공유’가 이뤄졌음을 암시한다.
역할 공유는 ‘부담 공유’를 초월하는 개념이다. 후자의 방점은 공정성이다. 일례로 미국은 국력에 상응하는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요구한다. 전자에는 비교우위 개념이 적용된다. 역량·자원에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에서 역할·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역할 공유는 이를 통해 공정성을 넘어 동맹의 효율성·효과성, 나아가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즉, 제한된 자원의 효율적·효과적 사용을 통해 공동 안보위협에 대한 억제력·대응력을 제고할 수 있다.
오커스라는 호주 모델을 한국에 적용하는 경우 최대 걸림돌은 한·미 원자력협정이다. 한·미 협정에는 고농축우라늄은 고사하고 20% 이하의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하는 핵추진잠수함 도입도 막는 독소 조항이 들어있다. 이 문제는 한·미동맹의 역할 공유를 위해 미국이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이제 미국이 한반도 주변 골목골목과 구석구석의 수호를 나 홀로 책임진다는 생각은 현실적이지 않다. 오히려 호주와 함께 한국·일본에 ‘오커스 참여’ 초대장을 보내야 한다. 미국도 ‘중심축과 바큇살(Hub and Spoke) 모델’이 수명을 다한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오커스, 쿼드(Quad), I2U2(인도·이스라엘·UAE·미국), 한·미·일 등 소다자 협의체 구성에 박차를 가한다. 바람직한 경로는 한·미·일 3국 협력을 ‘오커스 2’로 격상하는 것이다. 호주도 인식했듯 미국은 더는 ‘일극 시대의 리더’가 아니다.
남·북의 핵추진잠수함 확보를 둘러싼 피 말리는 경쟁이 막 시작됐다. 이제는 원자력협정 같은 족쇄가 아니라,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제공 같은 역할 공유를 통해 날개를 달아야 줘야 할 때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이렇게 말했다. “생태계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하거나 가장 똑똑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급격히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적응하려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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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 대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