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일 수도 테헤란 남동부의 한 지하철역에서 쿠르드계 소녀 아미타 가라완드가 친구들과 함께 열차를 탑승한 직후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쿠르드족 인권단체 헹가드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가라완드는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열차에 탔다는 이유로 제지됐고, 여성 경찰이 그를 밀쳐 넘어뜨리면서 머리를 심하게 다쳐 의식을 잃었다”는 성명을 냈다. 단체는 “가라완드는 혼수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현재 삼엄한 보안으로 가족조차 면회를 거부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당국은 국영매체 IRNA통신 등을 통해 “이번 사건에 어떠한 언어적, 육체적 갈등도 없었다”며 “가라완드는 저혈압으로 쓰러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매체가 공개한 CCTV 영상에는 가라완드가 친구들과 열차를 탑승하고, 곧이어 내부에서 쓰러진 가라완드를 사람들이 플랫폼으로 부축해 나오는 장면만 담겼다. 가디언은 “이 영상은 객실 내부가 보이지 않을뿐더러 편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저질환으로 인한 의식불명”이라는 해명은 1년 전 아미니 사건 때와 판박이다. 지난해 9월 여대생 아미니가 구금 중 사망하자, 정부는 “신경질환이 발병한 탓”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아미니 사망 사건은 대대적인 히잡 반대 시위로 이어졌다. 국제 앰네스티 등은 반정부 시위로 지난해 말까지 최소 500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