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내세워 "아이스 판매"…마약·음란 텔레그램 순위 띄운 곳

지난 2월 텔레그램 대화방을 홍보하기 위해 개설된 A 사이트에서 음란물, 마약판매, 불법도박과 관련된 텔레그램 대화방이 최소 100여개 있는 것으로 지난 4일 드러났다. 실시간 검색 TOP3엔 음란물과 마약 판매 텔레그램 대화방이 위치했다. 사이트 캡처

지난 2월 텔레그램 대화방을 홍보하기 위해 개설된 A 사이트에서 음란물, 마약판매, 불법도박과 관련된 텔레그램 대화방이 최소 100여개 있는 것으로 지난 4일 드러났다. 실시간 검색 TOP3엔 음란물과 마약 판매 텔레그램 대화방이 위치했다. 사이트 캡처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의 순위를 매겨주는 유사 포털사이트가 음란물·마약 유통 플랫폼으로 활용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마약상이나 불법 음란물을 유통하는 이들이 수사기관의 추적이 까다로운 텔레그램 메신저를 주로 활용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불법 메신저 대화방의 순위까지 매긴 웹사이트가 전면에 떠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논란의 대상이 된 A사이트는 지난 2월 개설됐다. 4일 기준으로 1273개의 텔레그램 대화방에 대한 누적·실시간 구독자 순위를 집계해 접속자들에게 제공한다. 코인, 국내‧해외주식 등의 카테고리로 텔레그램 대화방을 분류해놓긴 했지만, 실제로 사이트를 뒤져보니 사실상 음란물·마약·불법도박 유통 포털로 활용되고 있었다.

사이트 전면에 노출되는 실시간 텔레그램 대화방 방문자 순위 상위 1~3위는 모두 불법 목적을 가진 채널이었다. 누적‧실시간 조회수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OO성인채널’은 음란물을 유통하고 있었다. 2위 ‘야뎊 저장용’에선 수능 문제집 등을 불법 복제‧유포하고 있었고, 3위 ‘OO백약’이란 대화방에선 대마초와 액상대마 등 마약류를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속 약국’ ‘아이스 판매’ ‘대마초 판매’ 등 노골적으로 마약 판매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의 구독자는 5000~6000여명에 달했다. 사이트 캡처

‘약속 약국’ ‘아이스 판매’ ‘대마초 판매’ 등 노골적으로 마약 판매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의 구독자는 5000~6000여명에 달했다. 사이트 캡처

중앙일보 취재 결과, A사이트에서 불법적 목적을 지닌 텔레그램 대화방이 최소 100여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약속 약국’ ‘아이스 판매’ ‘대마초 판매’ 등 노골적으로 마약을 판매하는 텔레그램 대화방도 존재했다. 마약을 판매하는 해당 텔레그램 대화방의 구독자는 5000~6000여명에 달했다. 유명 연예인을 내세우며 필로폰과 케타민을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사기꾼 마약 딜러를 검증하는 텔레그램 대화방도 A사이트에서 노출됐다. 이밖에 여성의 신체 일부를 몰래 불법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 불법 도박과 관련 대화방도 상당수였다. 내부자들 사이에서만 공유되던 텔레그램 대화방 주소도 확인할 수 있어 사이트에서 대화방으로 곧바로 입장도 가능하다.

불법 텔레그램 대화방이 추가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텔레그램 대화방 운영진이 주소 등을 등록하면, A사이트 운영진이 24~48시간 이내에 등록을 승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A사이트 운영진은 “홍보 비용을 낸 대화방을 홈페이지 최상단 등에 노출하는 시스템을 한달 내로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 사이트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홍보하는 대신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해 개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운영진은 음란물, 마약 판매, 도박 관련 텔레그램 대화방에 대해 “신기하고 재밌는 채널”이라고 홍보했다. 사이트 캡처

A 사이트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홍보하는 대신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해 개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운영진은 음란물, 마약 판매, 도박 관련 텔레그램 대화방에 대해 “신기하고 재밌는 채널”이라고 홍보했다. 사이트 캡처

경찰 등 수사당국에선 이 사이트를 통해 불법 대화방이 폭발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원래 텔레그램 대화방은 특정 주소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한 탓에 다소 진입장벽이 있었지만, A사이트 같은 경우 네이버와 다음·구글 등 대형 포털에서 검색이 가능해 누구나 쉽게 유입될 수 있어서다. 디시인사이드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최근 “신기하고 재미있는 채널리스트, 도박, 마약”이라며 A사이트 홍보글이 게재됐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은 “사실상 마약·불법도박 홍보로 보인다”며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큰 만큼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A사이트는 불법‧유해 사이트를 홍보했고 접속까지 가능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불법·유해 통신심의 대상”이라며 “A사이트에 노출된 대화방 가운데 피해가 우려되는 사항이 있는지 살펴보고 2~3일 안에 긴급 심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