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독성과 신경독성, 생식독성을 가진 이 MC를 만드는 대표적인 남세균이 마이크로시스티스 아에루기노사(Microcystis aeruginosa)다.
같은 마이크로시스티스 아에루기노사 종(種)이라도 유전자 변이에 따라 MC를 많이 생산하는 균주(변이주)도 있고, 적게 생산하는 균주도 있다.
MC를 많이 만들어내는 균주가 더 해로울 것 같지만, 오히려 MC를 적게 생산하는 균주가 더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MC는 적게 생산하지만, 다른 유해한 2차 대사산물을 더 많이 생산하기 때문이다.
물벼룩을 이용해 독성 시험
연구팀은 마이크로시스티스 가운데 MC를 많이 생성하는 균주와 적게 생성하는 균주를 사용, 물벼룩(Daphnia magna)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실 내에서 분석했다.
두 균주에 대해 각각 남세균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단계(즉, 지수 성장 단계)와 성장이 정체된 단계(즉, 성장 정체 단계)에서 각각 남세균의 삼출물(배출물, exudate)을 얻어내 물벼룩에 투여했다.
삼출물은 세포 밖으로 배출된 유기물로 MC와 같은 독소 등 2차 대사산물이 포함된다.
연구팀이 남세균의 삼출물을 물벼룩에 투여한 결과, 물벼룩은 미토콘드리아 막(膜) 장애를 일으켰고, 심장 박동 횟수에도 영향을 주는 등 이상을 유발했다.
특히 MC를 적게 생산하는 균주의 삼출물은 MC를 많이 생산하는 균주의 삼출물보다 물벼룩 미토콘드리아 막을 더 많이 손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을 녹조가 무서운 이유
연구팀은 삼출물이 물벼룩 가슴다리(thoracic limbs)의 움직임이나 심장 박동 빈도에도 영향을 주는 등 물벼룩의 먹이 여과 활동을 방해하는 것을 관찰했다.
물벼룩의 가슴다리 움직임은 먹이를 모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가스를 교환하는 역할을 하는데, 삼출물 노출로 인해 가슴다리 운동이 감소하면 음식 섭취와 호흡이 줄고, 결국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연구팀은 남세균이 빠르게 성장한 다음 더는 숫자가 늘어나지 않을 때 더 독성이 강하다는 결과에 주목했다.
정지기에서 MC 생산이 낮은 균주의 삼출물에 노출된 물벼룩은 알 생산량이 많이 감소한 것이다.
연구팀은 "늦여름과 가을 강과 호수에서 남세균 성장이 정체된 시기에 남세균 녹조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설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MC를 적게 생성하는 균주가 MC를 많이 생성하는 균주보다 독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은 남세균 세포가 MC 외에 다른 유해물질을 배출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연구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티스 아에루기노사에서는 피토스핑고신(phytosphingosine)이란 물질도 흔하게 검출된다.
이 물질은 미토콘드리아 매개 경로를 통해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배양한 사람 세포의 DNA를 손상해 세포 증식을 억제한다는 증거도 있다.
마이크로시스틴만 봐서는 곤란
하지만 이번 중국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MC 농도에만 초점을 맞춰 녹조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경우 다른 독성 물질의 영향은 간과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조류 경보제에서 남세균 농도(유해 남세균 세포 숫자)를 봐야 하는 이유다.
녹조가 짙게 발생한 원수로 수돗물을 생산할 때에는 MC 농도만 봐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MC는 물론 다른 독소나 대사 산물, 염소 소독제와 반응해서 생성되는 소독 부산물까지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