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투수 임찬규. 연합뉴스
정규시즌 직행에 성공한 LG는 올시즌 투타에서 안정된 전력을 뽐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선발진 운용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털어놨다. 케이시 켈리가 시즌 초반 주춤했고, 기대했던 국내 선발진이 나란히 부진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의 고민을 덜어준 선수는 임찬규였다. 선발 경쟁에서 밀려 구원투수로 시즌을 시작한 임찬규는 5월부터 선발을 맡아 호투를 이어갔다. 28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12승 3패 평균자책점 3.60(4일 기준). 팀내 최다승이자 개인 최다승 기록을 세우면서 3년 만에 두자릿수 승리를 올렸다. 5일 롯데전에서도 선발로 나서 승리를 추가할 수 있다.

LG 임찬규(가운데)가 4일 숙소에서 열린 정규리그 우승 행사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사진 LG 트윈스
임찬규는 "뭔가 남아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덤덤했다"고 말했다. 바로 한국시리즈다. 임찬규는 팬이었던 2002년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그는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에서 진 뒤 울었다. 그런 내가 한국시리즈에 간다고 생각하니까 안 믿기더라. 이게 낭만이다 싶다. 이보다 더한 드라마가 있을까 싶다"고 했다.
LG는 당시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9-6으로 앞서가다가 9회에 이승엽에게 동점 홈런, 마해영에게 역전 끝내기 홈런을 맞고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임찬규는 "다음날 학교에 안 간다고 했다가 엄마에게 혼났다. (9회에)이상훈 선배가 마운드에 올라가서 '됐다' 싶었는데 동점 홈런 맞고 머리가 하얘졌다. 최원호 선배님 올라가서 (마해영에게)끝내기 홈런 맞고는 절규했다"고 했다.

LG 트윈스 임찬규. 연합뉴스
그랬던 임찬규가 LG 한국시리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쓴다. 그는 "그래서 내가 한국시리즈에 등판하는 그 이상의 드라마는 없을 듯하다. 앞으로 이보다 더 극적인 순간이 올까 싶다. 그래서 1구 1구, 장면 하나하나 모두 남기고 싶다.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임찬규는 "나처럼 엘린이가 커서 LG에 입단해 선수가 된다면 그때까지 이 팀이 우승이 없으면 안 된다. 그러면 지금처럼 많은 감정이 올라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자주 우승하고 자주 반지를 끼는 좋은 팀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