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 경로를 통한 해외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의 국내 파급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기후변화로 인해 국내 산업 수출액은 2100년까지 6.2~12.7% 감소할 수 있다. 아무런 기후 변화 대응을 하지 않은 채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가 3도 이상 점진적으로 상승한다고 가정한 녹색 금융협의체(NGFS, 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 시나리오 하에서다.
NGFS는 이 시나리오에 따라 지구 온도가 높아지면 노동 생산성이 감소하는 등 경제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쳐 2100년 전 세계 국내 총생산(GDP)가 3.8~8.9% 감소할 걸로 본다. 한은은 이처럼 교역상대국의 소득, 즉 GDP가 줄어 수요가 감소하면서 국내 수출기업이 받을 타격을 계산했다.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석유 산업의 경우 ‘해외소득 탄력성’이 높아 교역상대국 소득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의 경우 교역상대국의 소득이 1% 줄어들면 수출이 4.4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석유정제품 제조업 수출은 4.53%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산업 평균(1.34%)에 비하면 수출 감소 폭이 상당히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박경민 기자
수출뿐 아니라 수입 과정에서 국내 기업이 받는 타격도 컸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에 따라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르면 국내 식료품제조업이나 음식점‧숙박 서비스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아무런 기후변화 대응 없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가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시나리오 하에서 이들 산업의 부가가치는 약 18%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의 국내 파급 경로. 사진 한국은행 자료
이번 분석은 자연재해 등 급진적인 물리적 리스크를 제외하고 온도 상승 시나리오로 인한 파급효과만 살펴본 결과다. 김재윤 한은 금융안정국 지속가능성장연구팀 과장은 “자연재해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물리적 피해가 확대될 경우 해외 기후리스크가 글로벌 공급망을 거쳐 국내 경제에 예상보다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