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프라, 미·중·일은 정부가 책임…한국은 죄다 기업 몫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8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8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의 반도체 지원책은 크게 세액 공제, 보조금 지급, 제조기반(인프라) 지원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반도체 생산의 시작점이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인프라의 경우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주‧시)의 예산으로 진행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이 있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경우 변전소·송전선 등 전력과 정수장 등 용수, 관로·처리시설 등 폐수 관련 모든 인프라를 시에서 구축하고 운영한다. 기업은 사용 요금만 낸다.  

해외 “인프라는 정부가, 기업은 사용료만” 

‘반도체 굴기’를 내건 중국의 시안과 우시 등 대표적 반도체 특화지구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를 보유한 대만은 과학단지 입주 기업에 인프라 시설 전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최장 5년간 토지 임대료까지 면제해준다.

일본은 자국에 해외 파운드리를 유치하기 위해 인프라를 포함한 전체 사업비 절반을 지원한다. 일례로 TSMC는 사업비 8000억 엔(약 7조2200억원) 중 절반의 예산을 아끼기 위해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 관련 인프라 시설 구축 대부분을 기업이 부담하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주요 생산거점인 경기도 평택시의 경우 전력·용수·폐수 시설의 대부분을 기업이 부담하고 있다. 1단계 사업의 경우 정부가 종류별로 많게는 54%까지 인프라 구축 비용을 지원했지만 2단계부터는 전액 기업 부담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얽히고설킨 규제와 주민 설득도 관건이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 시설인 삼성전자 평택 3캠퍼스는 짓는 데는 역대 최단기간인 12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인허가와 인프라 조성에 5년이 소요됐다. 

전문가들은 정부 재정이 부족한 현실을 이해하면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이 아쉽다고 말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삼성전자가 장기간 메모리 반도체 세계 1등을 하다 보니 정부가 간절함이 부족한 것”이라며 “그동안 반도체 생산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던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파격적인 지원을 시작하면 언제라도 우위를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확보되지 않은 채 남발하는 특화단지 지정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올 7월에만 국가 첨단전략산업 7곳, 소재‧부품‧장비(소부장) 5곳 등 12곳의 특화단지를 지정했다. 아직 국회 심사 단계가 남긴 했지만 이들 특화단지에 편성된 내년도 예산은 첨단산업 특화단지에 199억원, 소부장 특화단지에 337억원에 불과하다.  

안기현 전무는 “특화단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기대만큼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조성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의 경우 기업이 먼저 최적의 입지를 선정해 들어서면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라며 “정부 주도로 특화단지를 지정한다고 해서 모두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