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없는 청문회였지만 민주당은 지난 1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선고가 이 후보 자격 박탈, 한덕수 전 총리 출마를 노린 사법 카르텔의 모의란 음모론에 포화를 집중했다. 음모론을 처음 꺼낸 이는 박선원 의원이었다.
‘조희대 음모론’ 당사자 “누가 허위사실 만들었는지 말하겠다”에 답변 막아
14일 법사위에는 박 의원이 윤 전 대통령과 조 대법원장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했다고 지목한 서석호 변호사가 직접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민주당이 채택한 증인 가운데 청문회에 출석한 유일한 증인이었다.

서석호 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만난 사실은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는 최근 언제 만났냐”는 서영교 의원 등 질의에 서 변호사는 “대학 동기들과 모이는 자리가 두 번 있었다”며 “한번은 (취임 후) 삼청동 쪽 한옥 같은 곳에서 만났고 다른 한 번은 지난 4월 6일 관저”라고 했다. 삼청동 쪽 한옥은 안가로 추정된다.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은 인정하면서도 “조 대법원장과는 친분이 없다”는 주장이 계속되자 박균택 의원은 “그런데 왜 그런 소문(매개 역할)이 난 것이냐”고도 따졌다. 그러자 서 변호사는 미소를 지으며 “그래서 저도 누가 이런 허위사실을 만들었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에 박 의원은 바로 “됐습니다. 어차피 부인할 것인데 그 정도면 됐습니다”라며 답을 듣지 않고 증인신문을 끝냈다. 민주당이 퍼뜨린 주장의 당사자가 직접 허위사실의 출처를 말하려고 하자 못하게 막은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민주당의 주장과 적극 부인에 나선 서 변호사의 해명 가운데 어느 쪽의 말이 맞는지를 제3자가 단정해서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의혹을 제기해 놓고, 의혹을 받는 당사자에게 설명 내지 해명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그건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더구나 애초에 서 변호사를 증인으로 부른 쪽은 민주당이 아니었던가.
국회 증언은 풀지 못한 의문을 남긴 채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그래서 서 변호사에게 무슨 답변을 하려고 했느냐고 물었더니 “저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가 조용히 사그라지기를 바란다”며 설명을 피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었다. 서영교 의원은 “제보를 받았다”며 음성 녹취를 재생했다. 누군가가 “4월 4일에 윤석열 (헌법재판소) 선고가 끝나고 4월 7일인가 10일인가 15일인가 조희대 대법원장하고 정상명·김충식·한덕수하고 네 명이 만나 점심을 먹었고 그 자리에서 조희대가 그런 말을 했다는 거야.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고 얘기했다는 거야. 그런 이야길 들었어요”라고 말하는 게 녹취 속에서 흘러 나왔다. 앞서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확인 안 된 취재원의 얘기라며 의혹을 주장한 것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녹취가 끝나자 서 의원은 “이게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라고 한 뒤 “이 내용이 있지 않느냐”고 따졌다. 증인석에 있던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라고 운을 뗐다. 그러자 서 의원은 “녹취로 나와 있잖아요”라며 해명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니 녹취 속의 주장이 사실인지 100% 허위인지, 아니면 부분적으로 사실인지 등등 아무런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묻혔다.
국회의원들은 수많은 제보를 받는다. 그 제보들 가운데 신빙성 있는 내용이라면 국회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중요한 직무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선 반드시 엄정한 검증이 뒤따라야 하고, 그를 위해 의혹의 당사자에게도 해명과 반론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14일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청문회장에서 제기한 각종 음모와 의혹은 설령 허위라고 해도 현행법상 처벌받지 않는다. 다만 음모론을 던져 놓고 정작 검증을 회피하려 든다면, 결국은 국회 신뢰를 무너뜨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한 번쯤 새겨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