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해줄게, 신분증 줘"…대포 유심 뚫어 보이스피싱범에 넘겼다

유심 개통 조직이 사용한 창원시 호텔 내부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유심 개통 조직이 사용한 창원시 호텔 내부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대출 광고를 미끼로 알아낸 개인 정보로 휴대 전화 유심을 몰래 개통한 후 보이스피싱 조직에 팔아넘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와 정보통신사업법 위반, 범죄단체 조직,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A씨 등 9명을 구속하고, 23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대포 유심 생성 과정. 경기남부경찰청

대포 유심 생성 과정. 경기남부경찰청

대출 광고 올린 후 신분증 받아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5월 사이에 경남 창원특례시의 한 호텔 2곳에 장기 투숙하면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허위 대출 광고를 올린 후, 이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들에게 “대출심사에 필요하다”며 신분증 사본과 휴대전화 개통 이력 등을 알아냈다. A씨 등은 이 가운데서 통신서비스 가입 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엠세이퍼’를 통해 옛날에 휴대전화 번호를 변경한 이력이 있는 피해자를 물색했다. 

만약 전화번호 변경 등 사유로 사용이 정지된 상태의 유심이 있는 경우 피해자 몰래 통신사에 유심 변경신청서를 제출, 유심을 개통하고는 1회선당 25만원~30만원에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팔았다. A씨 등은 이렇게 866명의 개인정보로 2366회선의 대포 유심을 개통했고, 불법개통된 대포 유심은 보이스피싱에 악용돼 118명의 또 다른 사기 피해자(피해액 약 21억원)를 낳았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그러나 쓰지 않는 옛 휴대전화 번호로 유심이 개통된 탓에 피해자들은 이들 일당이 검거될 때까지 피해 사실 자체를 까맣게 몰랐다고 한다.

대포 유심 조직이 발급받은 유심 카드들. 경기남부경찰청

대포 유심 조직이 발급받은 유심 카드들. 경기남부경찰청

경찰은 지난 1월 불법 통신중계소 수사 과정에서 대포 유심을 유통하는 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해 A씨 등을 추적했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총책·부총책·자금관리책·팀장급 조직원·유심 개통책·유심 배달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등 조직적인 체계를 갖추고 범행했다고 보고, 22명에 대해서는 범죄단체조직죄를 추가로 적용했다. 나머지 10명은 개별적 범죄로 판단해 사기 등 혐의만 적용했다. 경찰은 범죄수익금 1억 8700만 원 상당을 기소 전 추징 보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 등을 통해 대출 등을 문의할 때 개인정보를 요구하면 해당 업체를 확인해야한다”며 “명의도용 방지를 위해 통신사 유심 변경 시 명의자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번호로 변경 이력 상세 문자가 전달되는 제도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