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합참의장, 각 군 총장 및 해병대사령관 등 주요 지휘관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군의 최근 동향과 관련한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방부
28일 국방부에 따르면 신원식 장관은 이날 김명수 합동참모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평화를 해치는 망동은 파멸의 시작’임을 적에게 명확하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신 장관은 “적이 도발하면 ‘선조치·후보고’ 개념에 따라 대응하라”며 “‘즉·강·끝(즉시·강력히·끝까지)’ 원칙으로 단호하게 응징할 것”을 주문했다.
해당 발언은 북한군의 최근 군사 동향에 대해 보고받는 대목에서 나왔다. 북한은 지난 21일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후 한국의 9·19 남북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에 반발하며 합의 완전 파기를 선언했다. 곧이어 9·19 군사합의에 따라 철수한 북한 GP 11곳에서 복구 활동이 지난 24일부터 포착되고 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북한군이 최근 복원한 GP의 감시소 모습. 국방부
이와 맞물려 JSA 북측 경비요원들은 지난주 후반부터 권총을 차고 근무하고 있다. 9·19 군사합의 후속 조치로 JSA 내 지뢰 제거, 화기 철수 등 조치가 이뤄지고 남·북·유엔사 3자 공동검증 작업도 마친 만큼 JSA 재무장화 역시 9·19 군사합의 파기로 간주된다.
9·19 군사합의 이행 사항 중 하나인 해안포 포문 폐쇄의 경우에도 북한의 위반 사례가 최근 급증했다. 기존에는 평균 1개소에 1~2문 정도 개방하곤 했지만, 현재 두 자릿수로 수 배 늘었다고 한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에 군 당국은 우리 측 철거 GP 역시 복원하는 방안을 포함해 비례성의 원칙에 맞는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의 상징적 조치들을 하나씩 무력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군사 도발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 23일 국방성 명의 발표에서 “군사분계선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군사 장비들을 전진 배치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전경. AFP=연합뉴스
군 당국자는 “신 장관의 오늘 발언은 북한 도발시 창끝부대는 뒷일을 걱정하지 말고 응징에 집중하라는 의미”라며 “야전의 일선을 담당하는 창끝부대에 간결·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중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엔 작전계획대로 대응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문제까지 지휘부가 책임진다는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신 장관은 “적의 도발을 막는 것은 말과 글이 아니라, 강한 힘”이라며 “평화는 강한 힘을 바탕으로 한 억제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역사의 변함없는 교훈”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엄중한 상황 속 장병들의 ‘정신 재무장’을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육군은 지난 22일 평소 전투복이 아닌 근무복을 입고 일하던 장병들도 근무 시 전투복을 입으라고 지시했다. 공군도 같은 날 본부와 직할 부대 소속 장병들에게 별도 지시가 내려오기 전까지 전투복을 착용하고 근무하도록 지시했다. 해군은 이보다 앞서 지난 10일부터 전 장병이 전투복을 착용하고 근무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행위를 예의주시하면서 평소보다 더욱 강화된 군사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