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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경기도에 사는 또 다른 직장인 B씨(36)가 육아휴직을 4개월 남기고 올해 복직한 이유도 대출금 때문이다. B씨는 “남편의 월급과 육아휴직급여를 합하면 500만원 수준인데 그 절반인 250만원이 대출금으로 나갔다”며 “생활비를 아끼느라 아이의 밤 기저귀를 살지 말지 망설이는 내 모습이 너무 서글펐다. 둘째 임신은 좀 더 신중히 결정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고금리에도 ‘패닉 바잉(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 때문에 주택 구매)’에 나선 신혼 부부들이 육아휴직 기간 커지는 원리금 부담에 신음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근까지 청년층의 가계대출이 가장 크게 늘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39세 이하의 1인당 주택관련대출은 평균 5504만원으로 2019년 2분기(3890만원)보다 1614만원 늘었다. 4년새 41% 증가다.

차준홍 기자
문제는 육아휴직으로 소득이 감소할 경우 원리금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중앙일보가 4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의 대출 제도 등을 살펴본 결과 육아휴직 사유만으로 원리금 납부 중지나 금리 인하를 요구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환경 변화 등으로 가처분 소득이 감소해 금리부담이 가중된 경우 원금상환을 유예할 수 있다고 되어있지만, 보통은 자영업자의 폐업ㆍ근로소득자의 실직 등 중대한 사유일 경우에만 심사를 거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소득 수준이나 신용도가 상승했을 때 쓸 수 있다. 일부 사내 대출이나 정책 대출에 한해서만 육아휴직 기간 원금 상환 유예가 가능하다.
정부·여당은 결혼·출산 등 생애주기에 맞는 금융지원 확대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4일 발표한 ‘청년 내 집 마련 1·2·3′ 정책은 무주택 청년이 6억원 이하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연 2%대 낮은 금리로 장기 대출해주는 게 주된 골자다. 여기에 결혼(0.1%포인트)·첫 출산(0.5%포인트)·추가 출산(0.2%포인트)을 하면 금리가 최저 연 1.5%까지 낮아진다.

차준홍 기자
저출산위 관계자는 “현재 최대 150만원인 육아휴직급여를 상향한다면 신혼부부의 대출금 부담 완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재정 상황을 고려한 단계적 인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기존 소득 대비 육아휴직급여 비율(소득대체율)은 44.6%다.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27개국 중 17번째로 하위권이다.
정부가 나서는 게 한계가 있는 만큼 시중은행이 ‘상생금융’ 차원에서 육아휴직 기간에 한정한 원금 상환 유예나 금리 인하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생 해소와 상생금융이 화두인 만큼 육아휴직 기간 원금 상환 유예 제도는 출산 의지가 있는 사람이 아이를 낳을 수 있게 유도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출산율 제고와 상생 금융 방안을 고민 중인 일부 시중 은행은 검토에 들어갔지만,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진다는 내부 반발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지만, 급여소득자와 비급여소득자에 대한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다”며 “또 대상자가 많아지면 최장 1년까지만 혜택을 준다고 해도 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 파급력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