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할인상품 전단지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어느 때보다 차가운 겨울입니다.”
익명을 원한 한 유통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유통·식품 업계가 줄줄이 희망퇴직에 나섰다. 오픈마켓과 홈쇼핑, 외식업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다. 소비 부진 장기화와 유통 환경 변화 속에서 조직 운영을 슬림화하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오픈마켓 계열사 11번가는 전날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중이다. 만 35세 이상이면서 근속연수 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4개월치 급여를 지급하는 조건이다. 11번가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18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회사 측은 “구성원들의 다음 진로 모색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회사와 구성원 모두 지속해서 성장하고 생존할 수 있는 효율적 방안”이라며 ‘생존’을 언급했다.

박경민 기자
만 35세 직원부터 희망퇴직 대상
실적 악화에 빠진 롯데홈쇼핑 역시 지난 9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대상은 만 45세 이상이면서 근속연수 5년 이상인 직원이다. 퇴직자에게는 2년치 연봉과 재취업 지원금, 자녀 교육 지원금이 지급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유통·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 변화의 목적으로 자발적 희망퇴직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유(乳) 업계 2위인 매일유업과 국내 최대 제과 프랜차이즈 파리바게트를 운영하는 SPC파리크라상에서도 각각 지난 8월과 이달에 직원을 내보냈다. 매일유업은 만 50세 이상 임직원, 파리크라상은 근속 15년차 이상 직원이 대상이었다. 파리크라상은 현재 퇴직 신청을 받는 중이다. 매일유업의 올 1~3분기 영업이익은 5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2% 늘었지만 2021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651억원)을 밑돈다. 파리크라상 역시 영업이익이 2021년 334억원에서 지난해 188억원을 줄어든 데 이어 올해 1~3분기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수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손실 규모가 꽤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민 기자
“내년에도 소비 침체 이어질 것”
대형 유통그룹들도 위기에 직면했다. 신세계는 지난 9월 계열사 대표이사의 40%를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는 홈쇼핑에 앞서 1~2년 전 백화점·면세점 등에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시행한 바 있다.
금융투자 업계는 소비 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물가·고금리 환경의 장기화로 가계 가처분소득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공공요금까지 인상돼 내년에도 전반적 소비가 침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