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패 벗어난 정관장 4위 도약… 페퍼는 정관장 상대 창단 후 14전 전패

2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는 정관장의 지아(왼쪽)와 박은진. 사진 한국배구연맹

2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는 정관장의 지아(왼쪽)와 박은진. 사진 한국배구연맹

여자배구 정관장이 지긋지긋한 5연패에서 벗어났다. 페퍼저축은행전 14연승도 이어갔다.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는 2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1-25, 25-22, 25-16, 25-18)로 이겼다. 1라운드에서 4승 2패를 거뒀지만, 2라운드 5패에 머물렀던 정관장은 마침내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승점 3점을 보탠 정관장(5승 7패·승점 16)은 IBK기업은행(5승 6패·승점 14)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가 양팀 통틀어 최다인 30점(블로킹 4개 포함)을 기록했고,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가 24점으로 뒤를 받쳤다. 정호영과 박혜민은 각각 10점, 9점을 올렸다. 페퍼저축은행은 야스민과 박정아가 각각 22점, 15점을 기록했다.

최하위 페퍼저축은행(2승 9패·승점 5)은 1세트를 먼저 따냈지만, 역전패하면서 승점 추가에 실패했다. 창단 이후 정관장을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징크스도 깨지 못했다. 페퍼의 정관장전 상대전적은 14전 14패가 됐다.

최근 부진에 빠진 정관장은 스타팅에 변화를 줬다. 부상에서 돌아와 지난 2경기에서 먼저 뛴 이소영 대신 박혜민이 나섰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연습 때 좋았다. 이소영이 복귀한 뒤 팀이 져서 부담을 덜어주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관장은 연패 기간 범실이 많았다. 1세트 초반엔 나쁘지 않았다. 리시브도 안정됐고, 세터 염혜선이 메가와 지아, 박혜민을 고르게 활용했다. 하지만 메가에게 가는 토스가 흔들렸고, 안예림이 교체로 들어갔으나 다시 교체됐다. 페퍼저축은행은 박정아와 야스민의 공격, 박연화의 서브득점을 앞세워 10-13을 18-17로 뒤집었다.

2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속공을 시도하는 정관장 정호영. 사진 한국배구연맹

2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속공을 시도하는 정관장 정호영. 사진 한국배구연맹

 
정관장은 지아를 빼고 이소영을 투입해 수비를 보강하기도 했으나 끝내 역전에 실패했다. 이한비가 23-20에서 메가의 공격을 가로막은 데 이어 24-21에서 마지막 공격까지 성공시켜 승부를 결정지었다.

페퍼저축은행은 2세트에서도 기세를 이어갔다. 야스민이 공격을 이끌고, 박정아의 백어택도 터졌다. 정관장은 서브 범실이 나오면서 추격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그러나 정호영이 블로킹 2개를 잡아내며 추격의 기회를 만들었고, 지아가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오픈 공격과 블로킹으로 18-18 동점을 만들었고, 강한 서브로 리시브를 흔들어 20-19 역전까지 이끌어냈다. 22-22에서 메가의 블로킹으로 리드를 잡은 정관장은 메가의 공격과 야스민의 범실로 2세트를 따냈다.

3세트 7-7까지 두 팀은 팽팽하게 맞섰다. 정관장의 높이가 조금씩 위력을 발휘하면서 유효블로킹을 만들어냈다. 야스민과 박정아, 쌍포의 공격성공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정관장은 반격 상황에서 속공과 양 날개를 고르게 활용해 점수를 쌓아올렸다. 페퍼저축은행은 세터 박사랑을 넣으면서 변화를 줬지만, 점수 차를 좁히지 못했다.

2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는 정관장의 메가(왼쪽)와 박혜민. 사진 한국배구연맹

2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는 정관장의 메가(왼쪽)와 박혜민. 사진 한국배구연맹

 
정관장의 흐름은 4세트에서도 이어졌다. 메가와 박혜민의 공격이 터졌고, 페퍼는 범실이 연달아 나왔다. 특히 3세트까지 성공률이 낮았던 메가가 페인트 공격을 섞으면서 상대 수비진을 뒤흔들었다. 박혜민의 공격까지 터진 정관장은 16-7로 두 번째 테크니컬에 도달하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메가는 4세트에서만 10점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1세트를 8-3으로 앞서다 내줬다. 선수들에게 크게 주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선수들을 믿었다. 선수들이 안 되서 지면, 책임은 감독이 지는 거라고 늘 이야기했다. 작전타임 때 소리도 한 번 질렀다. 그런데 점수를 두 점 줬다. 호통보다는 잘 얘기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 감독은 "연패가 길어지다 보면, 아무리 편하게 하라고 해도 분위기가 무겁다. 오늘은 정말 이기고 가자는 말만 반복했다. 1승, 승리가 중요하고 절실했다. 3라운드부터는 다시 이런 상황을 안 만들어야겠다. 훈련은 그래도 많이 할 거다. 오늘 오전도 안 하던 블로킹 연습을 했는데 경기 중에 잘 됐다. 선수들이 감각을 찾을 때까지 강도를 높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박혜민에 대해선 "경기를 잘 했을 때, 박혜민이 화이팅과 움직임이 좋았다. 리시브도 1라운드엔 제일 좋았다. 그래서 그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서 선발 출전시켰다. 120% 해줬다. 자기 역할을 잘 해줌으로써 경기를 뒤집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1세트를 이겼지만, 흐름을 가져오는 데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 경기 리듬을 끝까지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선수들이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다.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1라운드에 비해 경기력이 올라온 박정아에 대해선 "정아가 어느 순간, 어떻게 공을 올려줘야 하는지의 타이밍을 찾고 있다. 박정아의 강점을 살 수 있도록 '코트 어디 어디를 때리라'고 많이 이야기를 해줬다.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터 이고은에 대해선 "경기 중 차분함을 유지하는 게 키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