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오후 오산대 e스포츠과 학생들이 경기 실습실에서 올해 롤드컵 8강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송다정 인턴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오산대 e스포츠과 경기 실습실에선 교수와 학생 30여명이 모여 ‘2023 리그오브레전드(LOL·롤) 월드챔피언십’(롤드컵) 경기를 시청하고 있었다. 한상용 e스포츠과 교수는 학생들에게 “경기 흐름과 게임에 사용된 챔피언(캐릭터)을 분석해 설명해봐라”, “왜 이 캐릭터 말고 다른 캐릭터를 사용했다고 생각하나” 등을 물었다. 한 교수는 “게임은 변화가 정말 빠르기 때문에 학생과 교수가 서로 생각하는 최고의 전략을 공유하며 이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대학 게임 학과 수 97개, 4년만에 1.5배 늘어

박경민 기자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게임 관련 일반·전문대 개설 학과 수는 2019년 66개에서 2023년 97개로 4년 만에 30개가 늘었다. 입학 경쟁도 치열하다. 올해 오산대 e스포츠과 수시 모집은 71명 모집에 635명이 지원(8.9대 1)했다. 상명대 게임전공(23.4대 1), 한국공학대 게임공학과(14.3대 1) 등도 경쟁률이 높다. 게임 회사와 연계해 졸업 후 바로 취업이 가능한 가천대 게임·영상학과는 38명 모집에 570명(15대 1)이 지원했다.
수업은 게임 실습…“롤 레벨 30 이상이어야”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T1과 웨이보 게이밍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한 T1 페이커(이상혁) 선수가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대신 게임 학원으로”…대학원 e스포츠 연구도 인기

지난달 28일 수원시의 A게임학원에서 고3 김상현(18)군이 롤을 하고 있다. 학원 교사가 옆에서 김군의 플레이를 분석하고 있다. 송다정 인턴기자
A게임학원의 석경환 코치(학원 교사)는 “취미반이 아니라 게임학과 대입 준비를 위해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올해 해당 학원 전체 수강생 150명 중 입시를 준비하는 고3 학생은 20여명이 넘는다. 석 코치는 “고3을 제외하고도 중·고교 수강생 중 3분의 1 이상이 게임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e스포츠학과에 입학한 자녀를 둔 서모(48)씨는 “어릴 땐 아이가 게임에만 몰두해 혼도 내보고, 못하게 하려고 컴퓨터를 고장 내기도 했었다”며 “하지만 결국 아이의 선택과 적성을 존중하기로 했고, 대학 진학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많이 기쁘고 대견했다”고 했다.
학부 뿐 아니라 대학원에서도 e스포츠 관련 연구가 인기다. 2021년 연세대 컴퓨터과학과에 만들어진 ‘연세e스포츠 연구실’은 프로게이머들의 성능·행동 분석을 통해 게임을 더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병주 연세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연구실 진학을 문의하는 학생 수가 부쩍 늘었다”며 “e스포츠를 유망한 산업이자 흥미로운 연구 테마로 바라보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e스포츠, K팝 만큼 발전할 수 있어”

지난 8월 9~10일 오산대에서 진행된 고등학생 대상 e스포츠학과 하계 캠프에서 고등학생들이 5대 5 롤게임을 하며 한상용 교수의 코치를 받고 있다. 사진 오산대

박경민 기자
핑크빛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선수가 강하다는 특징이 있지만, 중국에서 스카웃 해버리면 끝나는 구조로 기초가 약한 편이기도 하다”며 “선수 양성 뿐 아니라 코치, 감독, 게임 개발 등 e스포츠의 제반 생태계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교육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