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시혁(왼쪽) 하이브 의장, 하이브 산하 레이블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진 하이브
23일 가요계에 따르면 하이브가 지난 22일 어도어 전산 자산을 확보하면서 찾아낸 문건은 최소 3개다. 이 문건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측근 A씨가 지난달 23일과 29일 각각 작성한 업무 일지다.
23일자 문건에는 '어젠다'(Agenda)라는 제목 아래 '1. 경영 기획' 등 소제목, 그 아래 '계약서 변경 합의' 같은 세부 시나리오가 적혔다고 한다. 또 '외부 투자자 유치 1안·2안 정리'라는 항목으로 'G·P는 어떻게 하면 살 것인가' 하는 대목과 내부 담당자 이름도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G를 싱가포르 투자청(GIC)으로, P를 사우디 국부펀드(PIF)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하이브는 어떻게 하면 팔 것인가' 하는 문장과 또 다른 담당자 이름이 쓰여 있었다. 현재 80%인 하이브의 어도어 지분을 팔게끔 압박하는 방안을 고민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민 대표는 22일 하이브의 또 다른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따라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는데, 이 역시 '압박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하이브는 보고 있다. 민 대표는 최근 하이브 내부 면담 자리에서 "아일릿도, 투어스도, 라이즈도 뉴진스를 베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자 문건에는 '목표'라는 항목 아래 '궁극적으로 빠져나간다'·'우리를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한다' 등의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가 감사 과정에서 찾아낸 또 다른 문건에는 민 대표가 외부에 "방시혁 의장이 나를 베껴서 방탄소년단을 만들었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정황도 담겼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민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 이면에 '뉴진스 성공 신화'에 따른 보상 수준에 대한 입장 차이도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이 있다. 민 대표가 지난해 연말 기존보다 2배가 넘는 거액의 보상을 요구했지만, 하이브가 이를 거부했다는 게 가요계 인사 전언이다.
앞서 하이브는 22일 민 대표와 측근 A씨가 투자자를 유치하고자 대외비인 계약서 등을 유출하고,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유도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는 이유로 어도어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 또 A씨가 어도어 독립에 필요한 비공개 문서와 영업 비밀 등을 어도어 측에 넘겨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 대표는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 관련 당일 입장문을 내 "어이없는 언론 플레이"라며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의 문화적 성과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항의가 어떻게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하이브는 확보한 전산 자산 등을 토대로 필요하다면 법적 조처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동시에 어도어 경영진 교체를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어도어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희진 대표가 18%를 보유하고 있어 주주총회가 열리기만 한다면 민 대표 해임 등 경영진 교체를 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민 대표 측이 장악한 어도어 이사회가 손쉽게 주총을 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하이브는 주총 소집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법원에 주총 소집을 청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 경우 주총이 실제 열리기까지 약 2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