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장애인 예술가 신나라가 자신이 꾼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모두예술극장
앞이 안 보이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은 없을까.
국내 유일 장애 예술인 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의 기획 공연 ‘어둠 속에, 풍경’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됐다. 시각에 의존해 온 공연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 청각과 촉감을 활용해 온몸으로 공연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실험적인 공연이다.

시각장애인 축구선수 하지영이 관객에게 점자를 읽어주고 있다. 사진 모두예술극장
‘어둠 속에, 풍경’은 공연과 전시가 합쳐진 형태다. ‘휴먼 푸가’, ‘스트레인지 뷰티’, ‘우주 양자 마음’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실험적인 예술을 선보여 온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연출가 배요섭이 극을 만들었다. 무용가 밝넝쿨, 배우 황혜란, 디자이너 기비안 등 비시각장애인 5인과 특수학교 교사 구예은, 촉각 도서 작가 박규민 등 시각장애인 5인이 출연한다.

'꿈 주석' 전시. 원기둥에 쓰인 시각 언어는 촉각 언어로 풀이돼 있다. 사진모두예술극장
공연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거대한 원기둥이 보인다. 원기둥 위에는 수많은 문장과 점자가 쓰여 있다. 퍼포머 10인의 꿈을 글과 점자로 풀어놓은 ‘꿈 주석’ 전시로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꿈을 꿀까?’ 하는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희미한 빛도 보지 못하는 전맹 시각장애인의 꿈은 주로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기둥에 쓰인 시각 언어는 촉각 또는 청각 언어로 풀이돼 있다. ‘완만하다’는 ‘조금씩 서서히’라는 뜻이고, ‘화려하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최신음악이 들려오는 거리의 느낌’이다.

'소리그림'은 그림을 만지며 소리를 듣는 전시다. 헤드폰을 쓰면 출연진이 그림 그리던 당시의 작업장 소음이 들린다. 사진 모두예술극장

10명의 출연진들이 '그리기'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모두예술극장
“저마다 다른 각자의 감각으로 마음을 열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길 바란다”는 것이 연출가 배요섭의 관람 팁.
‘어둠 속에, 풍경’은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6월 23일까지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