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소속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행은 지난 3년간 화폐 약 59조9550억원어치를 제조했지만, 실제로 시장에 풀린 돈은 약 42조1779억원에 그쳤다. 한국은행은 ▶2021년 5조 2110억원 ▶2022년 10조271억원 ▶2023년 2조5390억원 등을 더 발주해 3년 연속 예측에 실패했다.
과다발주의 대부분은 5만원권이었다. 2022년 과다발주 된 10조 271억원 중 5만원권이 9조원(제조18조·수요9조)으로 전체의 89%에 달했다.
이처럼 매년 화폐가 과도하게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은행은 민간 화폐 수요, 폐기 규모, 필요 재고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매년 발주량을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3년 연속 발주량이 필요치를 크게 넘어선 것에 대해 “경제부처들과 한국은행의 미스 매치 요인이 크다”고 분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 심화에 대한 관점이 달랐던 것 같다”며 “한국은행은 통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해 돈을 더 찍었지만, 정부는 재정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돈을 덜 푸는 방향을 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지난 3년간 화폐를 발주하는 데 든 비용은 ▶1071억원(2023년) ▶1197억원(2022년) ▶1279억원(2021년) 등이었다. 이는 ▶1083억(2020년) ▶951억(2019년) 등 과거보다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300억원까지 비용 차가 컸다.
정태호 의원은 “지난해 56조원의 세수 펑크 속에서 잘못된 화폐 발주로 쓰지 않아도 될 수백억 원이 낭비된 것”이라며 “특히 금리를 결정하는 기관이 쓰이지 않을 돈을 찍는데 예산을 낭비했다는 것은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측은 “코로나 19라는 예외적 상황 때문에 예측이 어려웠다. 전례 없는 경제적 충격이 발생해 수요가 급격히 변동됐다”며 “비상 상황으로 인한 경제적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화폐가 부족한 것보다는 충분히 보유하는 것이 나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