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의 차남인 임 대표는 지난 10일 본사 회의실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이달 중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기 위한 이사회를 열 계획”이라며 “3자 연합은 이사 수를 늘리자고 주장하는 이유를 묻는 회사의 요구에 한 달간 침묵하다가, 회사가 요구를 묵살했다고 거짓말하고 소송을 냈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9명)는 형제 측 인사(5명)가 다수다.
임 대표는 “3자 연합이 20년간 한미약품그룹에서 일한 두 형제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있다”며 “오너 경영자의 책임 경영을 폄훼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임 대표의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3자 연합을 주도하고 있는 신 회장은 11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주사가 한미약품의 경영에 참견하는 것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 표 대결을 앞둔 지난 3월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형제(임종윤·종훈)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처음으로 밝혔었다. 그러나 7월에는 입장을 바꿔 모녀(송영숙·임주현) 지분 매입을 통한 3자 연합을 구성하고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공개했다.
“지주사는 오너 책임 경영”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이 독자 경영하겠다는 선언에 대해서는 대주주인 지주사의 의사에 반하는 해사 행위라고 정의했다. 임 대표는 “압도적인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경영 독립을 공포한 것은 지주사 체제의 취지를 부정하고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미약품의 지분 41%는 모회사인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하고 있으며 국민연금(9.27%),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7.72%)과 큰 차이가 있다.
“창업자 일가 돕겠다더니…”
또 신 회장이 장기 투자가 필수적인 제약·바이오 산업을 잘 모른다고 우려했다. 임 대표는 “한미약품이 글로벌 신약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국내 영업으로 거둔 수익을 연구·개발(R&D)에 과감히 투자했기 때문”이라며 “신 회장은 자신의 사업을 잘 일군 분이지만 이 분야(제약·바이오)는 전혀 모른다. 비용 감축에만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신동국 “한미약품 발전을 위한 선택”
반면 모녀와 함께 공동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한 신동국 회장은 “지주사(한미사이언스)의 임종훈 대표가 한미약품 경영에 계속 참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문경영인 체제라면 인사권, 회계 등 모든 권한을 (지주사가)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너가가 경영 전면에서 모두 물러나야 그룹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도 부연했다.
모녀 측 지분 매입에 대해서는 “주가가 떨어져 대출 담보로 맡긴 송영숙 회장의 주식이 강제 매각될 상황이었다”며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지분을 매입했다”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창업주 일가) 전체를 위해 도와준 것이지 (형제가 말하듯) 배신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의약품 생산공정도 일종의 제조업”이라며 “전문경영인은 제약을 잘 알고 나는 제조업을 잘 알기 때문에 시너지가 엄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신 회장은 “나는 한미 가족”이라며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창업자의 배우자인 송영숙 회장은 11일 오후 사내 인트라넷에 임직원에게 전하는 글을 올리고 “한미약품의 본질을 지키는 해법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고히 해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라며 “대주주들은 이사회를 통해 전문경영인을 지원하며, 당면 문제를 회사 밖에서 정리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