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눈 내렸지만 빙하 유실 못 막아…스위스 국경까지 변했다

유실을 막기 위해 천막을 씌워 놓은 알프스 빙하. 연합뉴스

유실을 막기 위해 천막을 씌워 놓은 알프스 빙하. 연합뉴스

 
지난해 말부터 올해로 넘어오는 겨울철 스위스 알프스에는 많은 눈이 내렸지만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급격한 빙하 유실을 늦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시간) 스위스 과학원(SCNAT)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 겨울철에는 최근 몇 년간 기록에 비춰 상대적으로 많은 눈이 내렸지만 알프스 빙하는 올해 평균 이상의 속도로 녹아내렸다”고 밝혔다.

SCNAT는 올해 여름을 지나면서 알프스 빙하의 2.5%가 녹아 사라졌다고 전했다.  

부피로 따지면 1.2㎦로, 스위스 베른주에 있는 15㎞ 길이의 빌 호수 수량과 맞먹는다.

스위스는 2022∼2023년 겨울철에 급감했던 알프스 강설량이 지난 겨울철에는 다시 늘어나면서 빙하 유실 속도가 둔화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유실 속도는 줄지 않았다는 게 SCNAT의 진단이다.


여름철 알프스 기온이 내려가지 않은 데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날아온 먼지가 알프스 눈 표면에 쌓인 점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고산지대에 쌓인 눈은 태양광을 반사해 빙하의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데 눈이 먼지에 덮이면서 태양광을 잘 반사하지 못한 채 녹아내렸다는 것이다.

알프스의 빙하 유실로 국경까지 변했다.

스위스 발레주와 이탈리아 발레다오스타주 사이에 놓인 산봉우리 테테 그히스 등 양국 국경이 지나는 일부 고산 지대에서는 지난해 양국 공동위원회 결정에 따라 국경이 수백m 이내에서 조정됐다.

빙하가 녹아내려 지형이 바뀐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지난달 스위스가 최종 서명한 데 이어 이탈리아까지 서명을 마치면 국경 조정안이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