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을 놓고 환경부와 LG전자가 법정 공방을 벌여 LG전자가 승소했다. 사건은 LG전자가 2003년~2020년 9월 판매한 가습기용 정수필터를 둘러싸고 벌어졌다. 이 필터는 물속 마그네슘·칼슘 등 광물을 걸러내는 기능을 했는데, 문제가 된 건 이 필터를 감싸고 있는 플라스틱 케이스에 함유된 은(銀)이었다. 은이 방출하는 은이온은 세균 세포막의 단백질을 파괴해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은 이 필터가 ‘가습기용 항균·소독제제’인데도 환경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았고, 주의사항 역시 기재하지 않았다며 2021년 8월 LG전자를 상대로 판매금지 및 회수명령을 내렸다. 가습기살균제 사고를 계기로 2018년 제정된 화학제품안전법에 따른 조치다. 환경부는 케이스 속의 은 성분이 물에 녹아나오지는 않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제품을 팔면서 승인을 받지 않은 걸 문제 삼았다.
재판에서의 쟁점은 “은이 함유된 플라스틱 케이스가 ‘항균·소독제제’에 해당하는지”로 좁혀졌다. 1심에서는 LG전자가 패소했다. 재판부는 “물에 은 성분이 용출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케이스 표면의 은이온이 세균과 반응하며 항균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일정한 항균작용을 하는 이상 ‘항균·소독제제’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항균·소독제제’를 반드시 물에 첨가해서 사용하는 형태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2심 “‘제제(製劑)’는 약품 형태의 물건으로 해석해야”
재판부가 ‘가습기용 항균·소독제제’를 “미생물 번식과 물때 발생을 예방할 목적으로 가습기의 물속에 첨가하여 사용하는 약품 형태의 물건”이라고 규정한 게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약사법에서 제제를 ‘캡슐제’ ‘액제’ 등으로 구별하고, 일반적으로도 ‘비타민 제제’ 등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같이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제품이 승인 대상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거액의 피해 분담금을 내게 될 수도 있다”며 “해석을 통해 적용범위를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유추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은 성분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환경부 측 주장은 “막연한 추측”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