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동맥 고혈압(PAH)은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낯선 질병이다.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 혈관의 혈압이 높은 상태로, 전신 혈관의 혈압이 높은 일반적인 고혈압과는 위중도가 완전히 다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대희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으로 폐순환이 불량해지면 폐·심장 손상이 생기면서 심부전으로 인한 돌연사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진단이 늦으면 생존 기간이 3년 남짓일 정도로 치명적이다.
일반적 혈압 측정으로는 발견 어려워
폐동맥 고혈압은 치료 시작 시점이 늦을수록 예후가 불량하다. 김대희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은 임상적 의심을 통한 조기 확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폐동맥 고혈압 발병 초기에 진단받아 치료하면 10년 이상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때부터 폐동맥 고혈압 전문 센터에서 체계적인 진단·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숨어 있는 폐동맥 고혈압 환자다. 대한폐고혈압학회 등에 따르면 추정 폐동맥 고혈압 환자 5000~7000여 명중 약 30%만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정욱진 교수는 “나머지 대다수는 몸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만, 병명조차 모른 채 지내는 등 숨어 있는 폐동맥 고혈압 환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
폐동맥 고혈압은 질병이 진행하면서 임상적 증상이 점진적으로 발현된다. 초기에는 주로 운동 시에만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났지만, 점차 산책·외출 등 가벼운 신체 활동에도 호흡곤란 증상이 심해진다. 계단 1개 층만 올라도 쌕쌕거리고 어지럼증·흉통을 호소하는 식이다. 장혁재 교수는 “천식,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선천성 심장 질환 등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숨이 가쁘고 전신 피로감이 있고 어지럼증 같은 증상이 계속 나타난다면 폐동맥 고혈압을 의심하고 심장 초음파 검사 등을 받아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가면역 질환 앓고 있다면 심장 초음파 검사 받아야
치료는 지속적 약물치료로 오른쪽 심장 기능을 유지해 폐동맥 고혈압으로 인한 호흡곤란 증상이 심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장성아 교수는 “진행성 질환인 폐동맥 고혈압은 조기 치료로 폐혈관 손상을 늦추는 것이 예후에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최근엔 최초의 폐동맥 고혈압 복합제로 복약 순응도를 높이거나 새로운 경로를 표적하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가 나오면서 치료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내년에 폐동맥 혈관이 좁아지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가 출시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호흡곤란 등 임상적 증상 악화를 막는다.
스쾃·레그프레스 등 저강도 운동을 통한 심폐 기능 유지도 필요하다. 운동 강도는 담당 의료진과 상담해 증상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이 적당하다. 감염 예방에도 철저해야 한다. 폐동맥 고혈압인데 폐렴에 걸리면 호흡곤란 증상 악화로 중환자실에 입원할 수 있어 인플루엔자(독감)·폐렴구균·코로나19 백신 등도 접종한다.